
[경인일보=대담:심영미 문화체육부 부국장·정리:김종화기자·사진:임열수차장]
"축구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단체 운동이다."
프로축구 K리그 성남 일화의 신태용(41)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실공히 40대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린 지도자다. 언론에선 이런 신 감독의 선수단 운영을 '신태용 매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특히 신 감독은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컵을 들어 올리며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는 프로축구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깼다. 또 신 감독은 지난해 구단의 재정난으로 인해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과 공격수 최성국, 용병 몰리나와 재계약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5일 포항에서 열린 K리그 2011 개막 원정경기에서 포항과 1-1 무승부를 거두는 등 '신태용 매직'을 다시한번 재현했다.
'축구는 창의적인 스포츠다'라는 철학으로 두 시즌 만에 팬들을 사로잡은 신 감독. 40대 감독의 선봉에서 K리그 흥행을 이끌고 있는 신 감독을 만났다.
-올해로 성남을 맡은 지 3번째 시즌이다. 어떤가.
"성남 선수로 프로에 데뷔해 지도자까지 맡았는데 벌써 3년째라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팀을 맡으면서 성남의 축구 철학을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 모두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올 시즌도 가슴이 설렌다."
-어제 K리그가 개막했다. 첫 경기 소감은.
"기량차이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것은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남궁웅 선수는 올해 키워 보려고 개막전 주전으로 기용했는데 부상으로 전반기 시즌 출장이 불투명하게 돼 아쉽다. 정성룡의 이적으로 인해 새롭게 영입한 하강진도 위기 상황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잘 막아줬다.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성남 구장에는 왜 관중이 없다고 생각하나. 구단이냐, 성남시민의 문제냐.
"양쪽 다 문제다. 구단은 공격적인 마케팅 부족이 아쉽다.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수원 삼성과 FC서울을 보면 비교되지 않겠는가. 성남은 경쟁 구단의 마케팅 운영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구단 성격에 맞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성남 시민들의 문제보다는 한국 정서를 놓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과 남미도 가봤지만 오로지 축구로써 모든 모임이 형성된다. 하지만 한국은 정치도 알아야 하고 야구와 축구, 농구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화 구단 하면 박종환 감독 때 축구가 재미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떤가.
"경기장에 와보면 알지 않는가. 경기도 재미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 선수 발굴이다. 팬들은 이름있는 스타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실질적으로 여성 팬 10명이 오면 남성 팬들은 50명 이상이 온다. 이들을 경기장으로 이끌 수 있는 스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신 감독의 축구 철학은 무엇인가.
"축구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단체 운동이다. 그라운드 내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들을 선수 스스로 생각해 만들어가야 한다. 감독이 요구하는 작전도 그라운드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맞춰서 변형해 운영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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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600만 관중을 넘어 1천만 관중 시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
"야구와 축구의 종목 특성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두 종목의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야구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경기장에서 음식과 음료를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며 볼 수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축구는 전후반 90분 내내 긴장 속에서 봐야 한다. 축구의 승부처는 한순간에 빠르게 지나간다. 그 순간을 놓치면 90분 동안 경기장에서 축구를 본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가족 단위 또는 연인,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아 즐기는 한국의 프로스포츠 관람 문화를 놓고 보면 축구보다는 야구가 더 잘 맞는 게 사실이다."
-그럼 프로축구는 관중을 끌어들일 방법은 없나.
"축구만의 매력이 있다. 이는 더 재미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팬들이 경기 시간 내내 축구에 빠져들 수 있도록 빠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는 선수들에게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승리에 집착해 무리한 플레이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가하거나 서로 몸싸움을 벌인다면 축구팬에게 외면당한다. 몸싸움을 고의로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선수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바로 교체해 벤치로 불러들인다."
-'스타 선수 출신은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신 감독도 스타 출신 아닌가.
"아니다. 이제는 충분히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자기 명성만 믿고 안주하려는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론 매체나 주위 상황을 비춰볼 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 선수와 감독들은 선수는 선수고, 감독은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안티 팬들이 노력하지 않는 감독을 가만두지 않는다. 스타플레이어는 분명히 다른 선수보다 무언가 더 노력해서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스타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구단의 재정 문제로 지난 시즌 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시안컵을 나가기 전 구단에 꼭 정성룡, 최성국, 몰리나 등 주축 선수들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정성룡, 최성국 등 주요 선수들이 떠난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도 다른 데서 영입 제의가 들어오면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트레스는 정말 무섭다. 지난해 12월 25일 홍명보 자선 축구 '셰어 더 드림 풋볼매치 2010'에서 사령탑을 맡기로 했는데 전날 숙소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정말 속이 탔다. 아시아 챔피언인 팀이 이래서 되나 한숨도 많이 쉬었다. 그러나 나를 믿고 온 선수들이 있는데 다시한번 해 보자고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꿨다. 일본 전지훈련을 거치며 '어, 그래도 15~16명은 충분히 나오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젠 이전처럼 축구를 재미있게 즐기려고 한다. 어떡하겠나 웃으면서 살아야지(하하)."
-어려운 질문이다. 구단의 모태가 통일교다. 외부 소문처럼 통일교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강요하지 않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오히려 나는 불교다. 구단이나 재단 측에서 개종을 요구한 적도 없다. 구단에서도 신앙은 개인적인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문선명 총재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종교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했다. 오로지 축구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외부에서 보는 건 오해다. 우리 선수 중에 기독교나 가톨릭을 믿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축구를 위해 성남에 온 것이지 종교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축구는 축구로만 봐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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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구단에서 재정적인 문제를 떠나 선수 영입을 하라면 어떤 선수를 뽑고 싶은가.
"(웃으면서)하도 빈자리가 많아서 고민된다. 상무에 간 우리 팀 소속 (김)정우랑 운동하고 싶다. 정우가 잘 따르고 내가 원하는 축구를 잘한다. 그리고 용병 중에선 몰리나를 다시 데려오고 싶다.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 준 선수 아닌가. 몰리나가 서울로 가면서 '이제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축구를 했지만 성남에서 가장 마음 편히 운동했다. 성남에 끝까지 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을 가져준 선수가 너무 고맙다. 축구 실력도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 감독으로 꼭 같이 운동을 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어느 지도자든지 다 마찬가지일 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중인 리오넬 메시를 꼽고 싶다."
-국내 축구 감독 중 명감독을 꼽는다면.
"초보 감독인 나한테는 모든 분이 배워야 할 점이다. (한참 고민한 끝에)꼭 한 사람 꼽으라면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꼽고 싶다. 항상 생각하면서 선수단을 잘 이끈다. 같이 있어 보지는 않았지만 선수 마음을 잘 읽고 상대에 따라서 전술도 잘 구상한다. 아직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그 점은 꼭 배우고 싶다."
-감독을 하면서 가장 화났던 때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에게 화내는 것을 싫어한다. 선수들에게 화내면 혼난 선수는 자신의 축구를 할 수 없다. 지난 2009년 후반기 경남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 먹고 나오자 미칠 것 같았다. 선수들에게 화를 내자 갑자기 이런 모습을 접한 선수들이 당황했다. 결국 1-4로 패했다. 하지만 그 다음 경기에서 3-0으로 이기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1년에 1~2번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 카드를 꺼내지만 잘 안하려고 한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어떻게 하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골프와 여행도 가지만 시합 전에는 발마사지를 받으면서 긴장을 푼다. 중요한 경기 전에는 꼭 발마사지 받고 편안하게 자려고 한다. 감독 첫 해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건 몸이 많이 망가지는 것 같더라. 마사지는 가족들과 함께 받는다.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도움이 된다."
-가족 이야기 좀 해 달라. 자녀들도 운동하는가.
"아들 둘을 두고 있다. 큰 아이 재원(중1년)이는 호주에서 운영하는 신태용축구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둘째도 지난 2일 성남 중앙초 축구부에 입단했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라고 했다. 아이들 인생이니까. 아이들이 축구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것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원이는 방과 후 축구를 하니까 대학 가서 공부할 수도 있고 자질이 보이면 축구 선수로 키울 수 있지 않겠나. 아직까지는 직접 가르쳐 본 적이 없지만 자질이 보이면 붙잡고 시키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신 감독은 축구 외에 뭘 잘하는가. 머리도 좋다고 들었다.
"경기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으로 박사 수료까지 받았다. 논문만 남은 상태다. 이런 질문 많이 받는데 솔직히 초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축구 외에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 껄렁껄렁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축구는 인생이자 전부다."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올해에는 힘든 시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젊고 패기가 넘친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이 더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 한국 축구도 이번 시즌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재미있는 축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팬들도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