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친정 나들이 지원 대상에 선정된 우에무라 미에(43·여)씨가 일본 대지진에 고통받고 있을 친지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해민기자 goals@kyeongin.com

[경인일보=최해민·김혜민기자]"10년만에 가는 친정길, 동포들의 아픔에 눈물이 앞섭니다."

결혼이민 이후 생활고로 10년동안 친정 한 번 못 가본 우에무라 미에(43·여)씨.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의 친정나들이 지원 대상 부부로 선정돼 드디어 일본땅을 밟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일본 땅에 몰아친 대재앙과 방사능 공포에 고통받고 있을 친지들 걱정에 눈물이 앞선다.

일본 규슈 쿠마모토현에서 태어난 미에씨는 통일교 방식으로 한국인 남성 강정환(48·가명·안성시)씨와 지난 1995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 이후로도 2년간 떨어져 국제 연애를 시작한 이들은 애틋한 감정을 키워오다 2년뒤 한국에서 터를 잡았다. 페인트공이었던 강씨를 도와 공장에 함께 다니던 미에씨는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도 시어머니(78)를 봉양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갔다. 하지만 미에씨는 심장병을 앓던 셋째를 가슴에 묻은 뒤에도 4명의 자녀를 먹이고 입히는데 등골이 휠 정도여서 친정 나들이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둘이 함께 열심히 벌어 이제 막 친정도 돌아보며 여유로워지려던 2009년말. 남편에게 닥친 파킨슨병이란 재앙에 화목했던 미에씨 가정은 송두리째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손발이 저리고, 허리가 아프다던 남편이 점차 감각을 잃어가더니 이젠 거동조차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 안그래도 넉넉지 않았던 가정에 왜 이리 풍파가 많은지 다니던 공장조차 지난해 8월 부도로 문을 닫아 버렸다. 미에씨의 집을 지탱해 준 돈벌이란 이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이 어렵사리 버티고 있는 재활용품 수거일이 전부였다.

그런 미에씨에게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수원출입국사무소에서 주관한 결혼이민자 친정 나들이 지원 행사에 미에씨가 선정됐다는 것.

무려 10년만의 친정 나들이에 들뜬 그녀는 그러나 지난 11일 고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재앙에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미에씨는 "친정은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미야기현 인근에 살고 있는 친지들이 고통을 겪고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여건만 된다면 지진 피해지에 가서 봉사활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한편, 수원출입국사무소는 17일 모범 결혼이민자 친정 나들이 지원 행사에 미에씨 등 6쌍의 부부에게 항공권을 전달했으며, 이민통합지원협의회(회장·백성길)는 친정 선물과 금일봉 등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