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년 전 이맘 때였다.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정체불명의 날벌레떼가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 대거 출몰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등 인천 전역이 '벌레떼 공포'에 휩싸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곤충학계는 물론 건설업계와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속에 날벌레떼 발생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국내의 한 유명 곤충연구소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1년 넘게 연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초여름, 자취를 감췄던 날벌레떼가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다시 출몰해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날벌레떼의 정체와 발생 원인, 그리고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아파트내 곳곳에서 생겨난 날벌레들. /김범준기자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가 3년 전 송도를 기습했던 정체불명의 '날벌레떼'로 발칵 뒤집어졌다. 송도에 출몰했다 자취를 감춘 이 날벌레떼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곤충학계는 물론이고 건설업계와 방역당국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4시 경기도 광주시 A아파트 ○○○동 ○○○호.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주부 박미현(가명·33·여)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안방 화장실 앞 붙박이장이 설치된 드레스룸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그는 화장대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 아래 반투명 아크릴판 쪽을 가리키곤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물체들이 모두 그 날벌레들 시체다"며 역겨운듯 입을 틀어막았다. 취재진이 아크릴판을 떼어내자 그 위로 죽어있는 날벌레떼가 시커멓게 수북이 쌓여 있었고, 일부는 살아서 기어다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박씨는 "날이 풀리기 시작한 지난 4월 초부터 발생해 밤이 되면 더 극성을 부린다"며 "심지어 숨을 쉬다가도 날벌레가 코로 들어올 정도다"고 토로했다. 그는 태어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걱정돼 방역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같은 동에 사는 김주현(가명·36·여)씨 집은 몇 차례 방역을 했어도 날벌레떼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날벌레가 집안 곳곳을 여전히 휘젓고 있고, 드레스룸 등 붙박이장에서도 날벌레의 유충과 알 등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하루라도 청소기를 안 돌리면 바닥에 죽은 날벌레가 먼지처럼 쌓인다"며 "시공사측에서 몇번 방역을 한 뒤로는 아이들이 눈병과 피부염, 비염 등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총 8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거의 모든 가구에서 이 날벌레가 발생하자 시공사는 대대적인 방역활동에 나선 상태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옛 국립식물검역원, 이하 검역원)에 날벌레 조사를 의뢰하기까지 했다. 검역원은 최근 현장 방문을 통해 날벌레를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 등을 벌여 이 날벌레가 3년 전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종인지 확인하고 있다. 검역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형태 동정 결과 동일한 종으로 판명된 상태다"며 "유해성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