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예매 불가능
건립승인 '접근성' 걸림돌


폭우가 내린 27일 오후 안양역 앞 시외버스 정류소. 시외버스를 이용해 외지로 나가려는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든채 길가에 늘어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컨테이너박스 크기만한 조립식 버스 매표소 안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승차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짜증이 난 한 시민은 "인구가 63만명이나 되는 도시의 버스터미널이 지방의 시골 버스터미널보다도 못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안양시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없다(경인일보 7월 25일자 20면 보도). 안양역과 왕국예식장 등에 간이정류소만 있을뿐이다.

간이정류소의 시설이라곤 매표소와 20명 정도가 들어설 수 있는 대합실이 전부다.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시외버스터미널 2곳을 운영하는 수원시 등 인근 시와는 대조적이다.

집은 안양이지만 직장이 천안이라는 최현상(41)씨는 "터미널홈페이지나 통합 콜센터가 없어 인터넷과 전화 예매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말 안양에서 지낸 뒤 월요일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출근한다"며 "미리 정류장에 가서 표를 예매해도 출발지인 부천 등에서 사람이 많이 타 버스를 못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출발지 탑승 인원을 확인하지 않고 표를 끊어주기 때문에 그날 운에 따라 버스를 탈 수도, 못 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외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안양시가 운영하는 U-통합상황실 홈페이지(bis.anyang.go.kr)뿐이다. 정류장별로 경유하는 버스정보는 각 정류장에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정류장 인력은 승차권 발매인력 1~3명뿐이어서 전화로 상세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안양시가 버스터미널을 건립하려는 노력은 20여년전에 시작됐다.

평촌신도시를 조성하던 1989년 동안구 관양동에 2만7천500㎡의 새로운 부지를 선정, 2005년에 당시 건설교통부 승인까지 받았지만 접근성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취임한 최대호 현 시장이 사업 재검토를 지시, 시는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금 추세론 대형복합터미널을 지어야 하는데 기존 상권 기반 붕괴 등이 우려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며 "세심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박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