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지역상권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 이른바 '유통공룡'들의 무차별적인 지방상권 잠식으로 중소상인의 설 자리는 갈수록 위축되면서 지역 소상인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국내·외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대형 유통매장은 최근 20년새 도시와 농촌 등 돈되는 곳이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 수백군데가 넘게 들어섰고 지역의 상권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이로 인해 교통과 상업, 유통 1번지라 불리던 동네가 삽시간에 빈 점포만 남은 채 쓸쓸한 뒷골목 신세로 전락했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변화를 단순한 시대흐름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지역유통의 판도변화가 단순한 상권의 대체가 아니라 지역의 경제환경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대형 유통업체의 난립에 따른 지역 상권의 명암을 재조명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통 선진국들의 사례를 비교 분석해 지역 상인들의 복합체인 쇼핑센터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대형 유통업체의 문어발식 확장이 지역내 쇼핑센터의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지역내 쇼핑센터란 상업점포의 하나의 지리적 집단으로 특정 지역의 상권에 대해 입지·규모·형태 등에 관해 전체적인 개념으로 계획·개발·소유·관리되고 있는 것을 지칭한다.
경기도의 경우 오는 2015년까지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를 비롯해 수원시 광교파워센터 에콘힐, 광명시 광명역세권복합단지 등 매머드급 멀티복합 쇼핑센터들이 들어선다. 문제는 이들 매머드급 멀티복합 쇼핑센터 뿐만 아니라 이미 도내에는 대형마트 88곳, 백화점 17곳 등 285개(통계청 조사 2009년 기준)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상인들이 밀집해 있던 기존 상권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상인들이 직접 투자한 수많은 쇼핑센터들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폐업에 이르고 말았다.
문을 닫은 쇼핑센터는 수년간 그대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도시 슬럼화의 원인으로 작용,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처럼 밀집 상점가와 쇼핑센터들이 무너지는 것은 정작 지역 쇼핑센터를 구제하거나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를 막아줄 방법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현행 법규상 재래시장과 인접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만 존재할 뿐 대형 유통업체들로부터 지역 쇼핑센터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정책과 함께 대형 유통업체에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 지역 쇼핑타운들의 존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300㎡이상의 대형 유통업체의 신규 점포 출점시 지역 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하는 지역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도시 인구 비율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의 규모를 제한하거나 허가 여부를 심의한다.
또한 정부가 앞장서 문화·예술이 접목된 특화된 지역 쇼핑센터를 육성하거나 관광지에 지역 소상공인만 참여할 수 있는 벼룩시장을 수시로 열고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 쇼핑센터가 참여할 수 있는 지역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자체 브랜드 강화에 따른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
/조영상·김종찬기자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