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2월 경의선 마지막 열차의 기관사였던 한준기씨가 지난 15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노환으로 별세했다.

16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한도병원내 빈소에는 미망인 손오석씨와 규영(59)·규황(57)씨 등 두 아들이 쓸쓸히 빈소를 지키며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서울 수색기지에서 근무한 직원들의 모임인 수색기우회에서 함께 활동한 옛 동료 김모씨가 고 한준기씨의 빈소 앞에서 한참을 말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아내다 "수고 많았어요. 잘가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상주와 가족·문상객 모두가 한동안 슬픔에 잠겼다.

고 한준기씨는 지난 1927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기관사가 된뒤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1월 귀국해 이듬해 2월부터 서울철도국 수색기관차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뒤 일본에서 기관사 자격증을 취득, 1949년 22세로 우리나라 최연소 기관사가 됐다.

▲ 1950년 12월 경의선 마지막 열차의 기관사였던 한준기씨가 운행했던 경의선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지난 2009년 6월 22일 임진각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 /경인일보 DB

고인이 운행한 경의선 마지막 열차는 1950년 12월31일 군수물자를 싣고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황해도 한포역에서 후진해 다시 개성역을 거쳐 장단역에 도착한 뒤 포격을 당해 멈춰섰다. 이 열차는 반세기 이상 그 자리에 방치돼 있다가 지난 2006년 11월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된 뒤 임진각으로 옮겨져 2009년 6월 일반에 공개됐다.

고인은 2000년 9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서 '염원의 열차'를 50m가량 시운전했고, 2007년 5월엔 경의선 시험운행 행사에 초청받아 탑승하기도 했다. 또 정년퇴직 이후에는 지도기관사와 철도기술위원 등 철도 관계 후진 양성에 힘써 왔다. 발인은 17일 오전 5시이며 장지는 충남 금산 안천면 선영이다.

/김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