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에 영어회화까지, 승진하기 정말 힘드네요."

A기업에 다니는 이모(29·여·수원시 영통동)씨는 요즘 오픽(OPIC·컴퓨터로 측정하는 영어 말하기능력 평가) 시험을 준비하는데 주말시간 대부분을 보낸다.

직장 3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승진에 신경써야 할 시기인데다 회사에서 승진 자격 조건으로 영어회화에 관련된 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다닐때 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졸업 이후 영어를 쓴 적이 거의 없어 영어회화에 대한 측정을 받기가 솔직히 두렵다"며 "승진하기 위해선 자격증이 꼭 필요한 실정이라 동료들과 주말에 영어회화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했다.

B기업 4년차 김모(27·성남시 분당동)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승진시 토익 성적 제출이 필수였지만 올해부터는 회화시험으로 바뀌었다"며 "회화 성적을 올리기 위해 회사에서 지원하는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사내 스터디그룹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시간 부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롯데 등 대기업 승진시험 과목이 토익에서 '오픽', '토익스피킹' 같은 영어회화 시험으로 바뀌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뒤늦게 영어회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익과 달리 오픽같은 영어회화 시험은 영어 말하기 능력은 기본이고 청취에 작문 능력까지 요구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4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기업이 영어회화를 강조하는 것은 알겠지만, 영어공부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회사의 본 업무를 소홀히 하게 된다"며 "업무상 영어가 필요한 부서는 극히 드문데도 사원 모두에게 영어회화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이 강조되다보니 점점 더 실질적인 영어회화 능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원들끼리 승진 경쟁을 해야하다보니 아무래도 영어회화 능력에 가중치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