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에 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는 일부 업체들의 위생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전자 입찰경쟁과 최저가 낙찰제 방식이 이런 자격 미달 업체를 양산하고, 결과적으로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교에 쌀과 잡곡 등을 납품하는 A업체는 작업장 입구에 설치된 에어커튼부터 작동 하지 않고 있었다. 공기 분사를 통해 건물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막을 치는 것으로, 상온에서 잡곡류를 보관할 때 필요한 시설이다. 작업용 칼과 도마 등을 넣어 둬야 할 소독고에는 직원들이 밥을 해먹을 때 쓰는 식기류가 버젓이 놓여 있었다. 또 반품처리돼 속이 누렇게 썩어들어가는 양파 꾸러미가 냉장 보관되고 있었고, 쌀 더미 옆에는 쥐약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기도 했다.

고기류 등을 납품하는 B업체 작업장에서는 역한 냄새가 풍겼다. 바닥과 기계에는 고기 살점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이 업체는 비교적 위생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됐으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인증까지 받은 곳이어서 일부 단속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업체들은 최근 인천시의회 노현경 의원이 인천시와 시교육청, 학교운영위원회 등과 단속반을 꾸려 인천 급식업체 12곳을 선별해 실시한 실태점검에서 적발이 되거나 일부 지적사항이 나온 곳이다.

문제는 정부가 학교급식 수의계약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경쟁입찰 방식인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B2B)을 본격 도입한 뒤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급식 식자재의 위생과 품질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B2B 도입으로 일정한 자격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학교급식 식자재를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입찰 방식이 대부분 최저가 낙찰제여서 부적격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학교급식의 질도 크게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 입찰에 참여하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다고 한다. 되레 제대로 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HACCP 인증까지 받은 인천의 내로라하는 중견 급식업체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 노현경 의원은 "납품 계약기간도 1~3개월 단위로 짧다보니 학부모 등이 선정된 업체를 현장 점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며 "현행 급식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