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재 / 인천본사 사회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학기 진도를 6월 전까지 다 빼라니요. 수업시간에 학습지만 풀도록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며칠 전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오는 26일 치러질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 교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한다"며 "아이들한테 못할 짓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최근 일제고사를 앞둔 초등학교 6학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일제고사에 대비하기 위한 학교 수업의 파행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조사는 57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규수업 30분 전에 등교시키는 학교는 30.36%(17곳)였고, 아예 0교시를 운영하는 학교도 12.5%(7곳)나 됐다. 0교시는 대부분 문제지(학습지) 풀이로 진행되고 있었다. 7교시 수업까지 하는 학교(14.29%, 8곳)도 있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말한 대로 많은 학교들이 정규수업을 일제고사에 맞춰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진도를 빨리 나가고 남은 시간에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는 학교가 22.3%(21곳)로 가장 많았다. 예체능수업 등을 국영수 과목으로 대체한 학교(19.15%, 18곳)도 있었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모의고사를 봤거나 앞으로 볼 학교는 75%(42곳)로 조사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의 학습선택권 보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첫 전수조사를 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시교육청의 이번 조사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교시 수업시간 앞당기기' 등 변칙 또는 반강제적인 학사운영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고, 또 시교육청은 어떠한 지도감독을 하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