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년'이라고 욕한 것이 지난 5일인데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오락가락하는 해명이 오히려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처음엔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입니다. 나름 많은 생각을 하였지요"라고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이틀 뒤인 7일에는"'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다시 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본의 아닌 표현으로 듣기 불편한 분들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면서도 "이 와중에 표현이 약하다. 좀 더 세게 하지, 이종걸 너무 무르다 말한 분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년'이라는 욕설이 실언이라는 것인지 진심이라는 것인지 헷갈리고, 사과한다는 것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이 의원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공인, 특히 자기 말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의 태도로서는 매우 불량하다. 정치인이 아무리 말을 희롱하는데 능하다 해도 자신의 언행이 쟁점이 됐다면 그 언행의 진의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번처럼 여론이 들끓고, 당에서도 당황하고 있는 설화를 일으켰다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이 의원은 양성평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진보정당의 최고위원이다. 그런 사람이 여성 정치인을 향해 '그년'이라고 쌍욕을 한 뒤 갈지자 해명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망각한 행위이다. 오죽하면 고교 동창인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이 "오타라 해도 사과하라"며 "무조건 엎드려 빌라"고 했겠는가.

"좀 더 세게 하지, 이종걸이 너무 무르다 말한 사람도 있다"는 이 의원의 발언은 더욱 심각하다. 4선 중진의원 아닌가. 정쟁이 만연하고 이로 인한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현실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할 중진이 오히려 증오의 정치에 속박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가 진정 한국 정치의 장래를 걱정하는 중진이라면 그렇게 부추기는 사람들에게 편승할 것이 아니라 나무라고 말리는 어른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결국 '그년'이라는 욕설은 대상이 박근혜 의원이기에 가능하다는 논리인 듯한데, 이런 식이라면 이제 정치인들 간의 쌍욕 까지 허용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적을 향한 무차별적인 증오를 당연시한다면 결국 이 의원도 그런 증오의 대상을 자처하는 셈이다. 이 의원에게 4선의 무게에 걸맞은 처신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