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 난동이 또 발생했다.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안에서 30대 남성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18일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서울방면 승강장에서 유모씨가 불특정 승객을 상대로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승객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동차 바닥에 침을 뱉은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칼을 휘두른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영등포에서 20대 남성이 길가던 조선족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었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하려고 흉기를 지니고 있다가 갑자기 살해충동을 느껴 아무런 연고도 없는 행인에게 저지른 범행이었다. 수원서 발생해 세상을 발칵 뒤집은 오원춘 사건도 묻지마 살인이었다.

최근 묻지마 범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흉악 범죄의 경우 피해 대상이 정해져 있고 원한이나 치정에 얽힌 범죄가 대부분이지만 묻지마 범행은 뚜렷한 동기나 대상없이 살인이나 방화, 폭행 등이 불특정 다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피해자는 이유도 모른 채 범죄인 개인의 감정에 따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묻지마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정신병력이 있고 평소에는 얌전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만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묻지마 범행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열등감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범인들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동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약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 죄책감없이 분노를 쏟아낸다고 말한다.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그 형태도 매우 잔혹하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어린 자식을 죽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묻지마 살인이다.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 단계를 거치면서 빈부 격차와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해 각종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가 날로 악화되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심각성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자살률도 1위 ,묻지마 범행도 1위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이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지금 이제 우리는 공동의 책임을 갖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정말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