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고질인 담합비리가 또다시 불거졌다. 2007년에 발주한 226억원 규모의 부천 노인전문병원 입찰담합 건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태영건설의 유찰을 막으려 벽산건설이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내용이다. 벽산은 들러리를 서주는 대가로 떡고물을 챙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입찰가격이 높을수록 적격업체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담합이 용이하다. 업체들이 사전에 순번을 정해 놓고 순서대로 응찰하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담합관련 또 다른 주목거리는 수주업체와 발주기관과의 담합인데 소액 관급공사와 민간발주 건축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2010년 수원 모 여대 관계자가 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설업체와 짜고 설계변경 등을 통해 막대한 건축비를 빼돌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이 건설공화국으로 치부되는 이유이다.

업체들간의 야합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지난달에는 금융소비자원이 은행들간의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담합 의혹을 제기해서 충격과 실망을 주었다. 외환위기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천문학적 혈세를 들여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는 은행들을 겨우 회생시켰다. 또한 작금의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도 적지 않은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부실채권이 너무 많아 국민들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금융기관들은 보은은커녕 납세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웠던 것이다.

시장이 불완전할수록 사기도박 식의 반칙행위가 성행할 수밖에 없는데 과점은 설상가상이어서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네 현실이다. 금융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시장이 불완전한 것이다. 심지어 짜장면 값까지 획일화되는 지경이니 말이다. 일전에는 서울에서 영세서민들의 연료인 액화석유(LP)가스 사업자들이 가격 짬짜미를 하다 관계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목하 대기업들의 골목시장 잠식은 또 다른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리더기업들간의 이너 서클의 형성은 진입장벽을 높여 양극화를 부추긴다. 갈수록 물가부담이 커지는 데도 담합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국가경쟁력 추락도 방관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이 커지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운운하고 있으나 실망이다. 경쟁제한행위를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