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직원채용 과정에서 7급과 8급의 문제지를 바꾼 채 시험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자 문책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 4일 행정직 사무 7급과 8급을 선발하기 위해 필기시험을 치렀다. 1교시 시험을 보던 7급 지원자가 8급 시험지를 받고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필기시험은 서류합격자 69명이 치렀다. 시험감독관은 이 사실을 고사본부에 알렸고 필기시험 위탁수행 업체 관계자와 공단 인사담당 등이 논의한 결과 "7급과 8급의 문제지가 동일해 문제될 게 없다"며 그대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7급과 8급의 시험문제는 전체 75문항 중 12개 문항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위탁업체 측은 시험문항이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고하고 재시험 등을 제안했지만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단은 이런 사실을 8개월 넘게 쉬쉬하며 숨겨왔다. 관련자에 대한 문책도 없었다. 더욱이 공단에 대한 관할 부평구청의 감사도 없었다.

시험은 말 그대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진행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재시험 등의 후속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은 잘못된 일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은 얼마전 2012년 4회 직원공개 채용 과정에서도 불미스런 일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부평구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가 특정 응시자에게 시험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다 적발됐다. 해당 공무원은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저런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종량제 봉투판매 및 배달업무 상용직 2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28명의 서류합격자 중 공단의 지인이 추천한 사람이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일도 있다. 이소헌 부평구의회 의원의 지적처럼 부평구시설관리공단에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일이 터질때마다 재발 방지 및 개선책을 내놓기보다 무마하려고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인사비리, 뇌물사건, 공채시험 부실 등 총체적 위기에 처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에 대해 계속 강건너 불구경만 할건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