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동반한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전국 곳곳에서는 돌출 간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인적 물적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이 몰아닥친 28일 경기 인천지역에서만 10여명이 떨어진 간판에 맞아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오후 아주대학교 정문 앞의 한 빌딩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대형간판이 추락직전의 위험에 직면해 크레인차로 간판을 임시 제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상업지구 내에서는 철제간판이 추락해 사다리차를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조치하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의 한 대형빌딩에서도 사람 키보다 큰 대형간판이 차 위로 떨어져 지나가던 사람이 맞을 뻔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전국 각 도심지역에서는 상가건물의 돌출 간판들이 떨어져 나가거나 추락위기에 놓여 소방서 는 인력 부족으로 마비상태까지 이르렀다. 고층건물의 간판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계속되자 포천시는 고층빌딩이 많은 송우중앙사거리~송우초교 왕복 4차로 도로 200m 구간에 대해 이날 오후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한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태풍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간판 추락사고로 인해 인명피해가 속출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소홀하기 그지없다. 우리처럼 도심에 무분별하게 간판이 난립하는 나라도 드물다. 강풍에 고층 상가의 간판들은 '공중에 매달린 흉기'와 다름없다. 특히 건물 외벽에 세로로 내걸린 돌출형 간판들은 바람을 넓은 면 전체로 맞기 때문에 추락하기가 쉽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가로형(벽면 부착형) 간판은 한 변의 길이가 10m 이상이거나 4층 이상에 설치할 경우, 돌출형 간판은 지면으로부터 높이 5m 이상에 설치할 경우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간판은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불법 설치물이다. 오히려 불법이 관행화돼 과태료 부과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후부터 돌출형 간판을 대신해 입체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1만개를 이미 교체한 서울시의 경우 이번 태풍에 교체된 간판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상인들이 미관상으로는 깔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체를 꺼리고 있다. 그렇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강풍이면 흉기로 돌변하는 돌출형 간판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