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선패배후 도정에 복귀해 가진 첫 월례조회에서 경선 패배 원인에 대해 "경기도 자체가 응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선 패배의 절대적 원인을 경기도민의 응집력 부족으로 돌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김 지사의 이런 발언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경선에 참여한다고 오랜 기간 지사직을 비워놨다 돌아온 자리에서 한 발언이 적절했는지 의문마저 든다.

박정희 정권 이후 영·호남이 모든 요직을 독식해 왔다. 정부의 요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고위공무원, 법조계, 군인 등 상당수 자리가 영호남 인사의 차지였던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경기도는 정부요직의 인재등용이나 안배과정에서 번번이 물을 먹고 배제당했다. 그런 배경엔 특출난 정치인 한명 배출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하나 인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기업 여건도 좋다. 그러나 주된 이유는 모든 권력을 영 호남이 거의 독식하면서 생긴 '중부지역 배척론'이 원인이다. 정치적 이해와 당리당략에 근거한 고질적인 지역색 때문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절규에 가까울 정도로 '중부지역 역할론'에 대해 지적을 해왔던 이유기도 하다.

김지사의 발언이 경기도의 특수성에 비해 영·호남권에 밀려 낮은 대접을 받고 있는 도민들의 마음에 흠집을 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김 지사의 지적대로 도민들의 응집력이 부족하다면 그동안 김 지사는 도민들의 마음을 결집시키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지역 인물을 중시하는 인사나 정책수행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해 왔는지를 먼저 짚어 봤어야 했다. 오히려 본인의 입지를 위해 타지에서 사람들을 끌어다 쓰거나 산하재단 등 주요 자리에 측근인물을 기용하는 일을 서슴지않고 해왔음을 먼저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는 경상도가 아니고 전라도도 아니며 김문수 지사 역시 경기도지사다. 그런데 경선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다 돌아온 후 첫 월례회의에서 '경기도민 응집력 부족' 운운한 것은 경기도지사로서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지사가 자리를 비웠던 올여름 경기도민은 폭염과 싸우느라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김 지사는 이번 경선 패배를 거울 삼아 왜 경기도민들이 김 지사에 그토록 인색했는지 깊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