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검사출신으로 지난 총선에도 출마했던 정 위원은 친구인 금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한 뒤 '시중에 떠도는 안 교수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비를 잘하라.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서 이런 의혹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이해해달라'는 요지의 발언이었을 뿐 협박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녹취록도 없는 두 사람의 주장과 반박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측의 잘잘못을 가리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소모적인 공방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다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양 진영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

우선 정 위원의 행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친구사이라도 대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두 진영으로 갈려있는 현실에서 정 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의 의혹을 직접 거론한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가능한 처신이 아니다.

만일 정 위원의 이같은 행태가 박근혜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경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면 더욱 큰 문제다. 충성경쟁의 양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눈에 띄는 한건을 올리려는 욕심을 부리는 인사들이 많을 것이다. 박 후보는 이런 상황까지도 자신이 책임지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 원장의 장외행보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측면도 크다. 여야 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웬만한 검증은 다 거쳐 벌거벗은 임금님의 형국이다. 하지만 안 원장은 장외에 머물면서 최근에 제기된 이런저런 의혹에 대해 본인 입으로 딱 부러진 해명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사실 금 변호사의 주장도 증거가 없다면 규명이 어려운 주장일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쏟아질 검증세례도 실체적 규명 보다는 진흙탕 공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양식있는 인사들이 안 원장에게 국민적 검증을 거칠 최소한의 시간을 요구하며 대선 출마 결정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원장의 장외 신비주의가 오히려 그가 그토록 경멸했던 진흙탕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