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징계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에 대해 경기도 등 일부 시·도 교육감이 지나친 간섭이라며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등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에 맞서 경기·강원 ·전북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일부 교육감들과 교과부 공무원 간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가 난 교과부도 당초 감사일정을 늘려 7일까지로 연장하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 특별감사단은 이번 감사에서 이례적으로 학교현장까지 방문했다. 학교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거부한 용인 흥덕고를 찾아 고3 담임교사들과 면담을 했고, 교장과 교감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이에 흥덕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5일 오후 4시 경기도교육청 4층 교과부 특별감사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피켓에는 교사의 양심으로 비교육적인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시위와는 달리 이들이 복도를 점거하는 동안 경기도교육청측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위를 동조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누구를 탓하기 앞서 명확한 결론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위한 학교장의 학생부 승인마감일은 7일이다. 기재를 하는 학교, 보류한 학교의 통일성이 온데 간데 없고, 이러다보니 교사들조차 우왕좌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이달 초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 권고'에서 학생부의 학교폭력 기록을 장기 보존하는 것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같은 권고를 무시하고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했다.

어떻든 이 문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낸 상태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원칙을 따르는 수밖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어른들의 다툼에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까봐 걱정이다. 헌재의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