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유튜브에서 1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사실을 전하며 '강남스타일'을 '이번 주의 승자'로 선정한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공화당의 롬니가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을 위해 무대에 등장하면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모습이 NBC TV에 방영될 정도이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단숨에 끌어올림은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적 효과마저 기대된다. 한류의 위력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콘텐츠산업의 환경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해당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확인된 때문이다. 가장 큰 애로로 자금조달을 꼽았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영상사업 등은 제조업과는 달리 인적지원이 유일한 자산이어서 은행문턱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 등 판로 확보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절대다수가 영세업체이다 보니 전문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기술인력 스카우트에 속수무책인 것도 문제이다.

콘텐츠산업진흥정책의 별무성과도 주목된다. 정부의 지원제도를 이용해본 기업이 5곳 중 1곳에 불과한 터에 지원제도 존재 자체를 아예 몰랐던 업체수는 무려 35%인 것이다. 까다로운 자격요건은 물론이고 지원제도가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는 답변비율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정부는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의 드라마와 게임 수출이 점증하는 와중에 K-POP에 대한 해외 팬들의 호응 확산 등 이른바 한류열풍에 주목한 것이다. 2002년에 '콘텐츠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국콘텐츠산업진흥원을 개설했으며 이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비스산업 우대를 들먹였으나 효과는커녕 여전히 찬밥신세인 것이다.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국내 영상사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데다 콘텐츠업계의 양극화 가중은 점입가경이다. "주무부처인 문광부 장관이 콘텐츠산업 육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이 시사하는 바 크다. 구태의연한 정부의 립서비스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