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경정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지난 6월말 발표한 재정보강 정책 효과를 지켜보자던 정부가 2개월여 만에 4조6천억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재정 여력을 비축하겠다던 정부의 의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경제심리 위축이 자기실현적 기대를 형성해 다시 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부양이유를 밝혔다.

부양책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올 경제 성장률 목표 3.3%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는 물론이고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내년 경제 전망도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한국 경제를 이끄는 축인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에서는 2% 이하의 경제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당황한 것은 이번 대책이 '반짝효과'를 노린 부양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금 인하, 근로자들의 원천징수액 인하를 통한 가처분소득 증대 등 연내에 곧바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책들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시적 취득세 인하로 경기도 세수는 2천500여억원 감소, 지방재정은 더 취약해졌다.

정부의 발표안에 담겨있던 부동산규제완화정책은 모두 법안 개정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회 통과없이는 불가능한 대책들이다. 국회 통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거래가 완전히 끊길 수도 있다. 소비자 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극도로 위축된 소비를 되돌릴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누누이 강조했지만 12월 대선은 우리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자 우리에겐 또다른 불행이다. 일단 대선에서 이기고 보자는 대권 후보들간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공허한 말잔치, 경제자유화, 복지정책 확대 등 허황된 장밋빛 공약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공약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대선을 의식하지 말고 좀 더 심층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권말이라고 해서 책임질 수 없는 정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면 내년 대한민국 경제는 더욱 암울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