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홍사덕 전 의원이 18일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했다. 홍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당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되며, 무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일체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의원은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난 4·11 총선 때 6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었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 좌장' '박근혜의 남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박근혜 후보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최측근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새누리당은 또 한번 곤혹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척결을 내세운 지 불과 열흘도 안 돼서 홍 전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이제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박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던 정치쇄신 공약이 빛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돼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새누리당의 잇단 공천헌금과 정치자금 논란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추잡한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것은 당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당 내부에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6일 박 후보의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인선안을 두고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당내외 비판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칭만 거창했을 뿐 새 인물없이 박 후보의 자문교수단과 당내 의원들로 채워진 위원회로 과연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김종인과 이한구의 암투에서 김종인의 승리로 마무리된 느낌을 주는 것도 새누리당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진용과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오늘 안철수 교수가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갖는 등 이제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섰다. 홍 전 의원은 잡음을 끊기 위해 탈당이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모든 정황이 새누리당에 그리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도 않다.

새누리당이 진정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쩌면 대선의 꿈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이제 정신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