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팽성읍의 한 아파트에 살던 A씨가 5층에서 뛰어내렸다. A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유서를 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유서에는 "한 여성의 인격과 미래를 파괴한 가정파괴범이 이에 대한 죗값을 받아야 함에도 활개치고 있다. 이제 법 절차는 제가 기댈 곳이 없었다"며 "흉악범에게 적법한 처벌이 내려지길 하늘에서라도 지켜보겠다"고 써 있었다.

A씨는 지난 8월 평택의 한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중 간호조무사 B씨에게 강제로 성폭행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자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했다.

B씨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오자 경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B씨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법원은 "가정과 직장이 있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택했다.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법원이 필요이상의 관대한 판결을 내린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영화 '도가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도 그렇고 지난해 대전지역 고등학생 16명이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대전지법은 불구속입건 판결을 내렸다.

2008년 수년간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소녀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친할아버지 등 일가족 4명에 대해 청주지법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예도 그렇다. 이 사건으로 일부 가족구성원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등 한 집안이 풍비박산났지만 법원 판결은 너무도 관대했다.

법원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A씨가 '기댈곳이 없었다'라고 한 것은 그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이 계속된다면 우리사회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것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의 관대한 판결이 요즘 우리 사회에 패륜적인 성폭행이 크게 늘어나는 주된 원인일지도 모른다. 성폭행사건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제2 제3 피해자를 양산하고 나아가 가족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법원의 관대한 판결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