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여교사 익명 투서사건'의 핵심은 교직사회내 불합리한 근평과 승진 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장 등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지위를 악용해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는 교사를 승진라인에 세우고 있는 사실이 일선 여교사들의 투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 관리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때마다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부적절한 술자리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 "인사 보복이 두렵다"
노현경 인천시의원이 8일 공개한 우편(이메일 포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493명) 중 12.37%(61명)가 학교 관리자에게 '성적(性的) 수치심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은 9.12%(45명)였다.
문제의 회식 술자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교사들은 55.78%인 275명으로 나타났다. 교장이 출장이나 연수를 갈 경우 여비 명목으로 돈 등을 제공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9명(16.02%)이 그렇다고 답했다. 명절때 상품권과 현금 등을 줬다는 교사들도 92명(18.69%)이 있었다.
특히 학교 관리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절반 이상인 52.73%(260명)나 됐다. 그 이유로는 "관리자의 권한이 너무 크다", "문제를 제기하면 중요 보직, 근평, 성과급 등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근평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대답도 332명(67.34%)이었다. 개인적 친분 등 학교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교사들이 하는 다면평가 점수를 잘 받아도 학교 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게 돼 있다는 얘기였다.
■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투서속에 답이 있었다. 한 여교사는 "학생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가 우대받기는커녕 무능한 교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며 씁쓸한 현실을 털어놨다. 어떤 교사는 타 시·도처럼 승진가산점 항목에 담임 경력을 10~15년으로 명시해 담임을 회피하고 보직만 선호하는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고, 학교 관리자의 근평 비중을 낮춰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승진 경력이 20년으로 단축돼 정작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30대 젊은 교사들조차 승진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인천의 한 교원단체가 주관한 '2012년 교육자료전'에서는 출품된 공동연구 작품중 교감 승진이 임박한 일부 교사들이 이름만 얹혀 무임승차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강화도와 서해5도 등에서 근무할 때 주는 점수 비중이 높다며 여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구 검단·마전·불로 등은 이제 더이상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보기 어렵지만 아직도 가산점을 주고 있다며 개선책을 주문하는 교사도 있었다. 매년 성희롱 피해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연수를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한편 나근형 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철저한 조사로 관련자들을 엄정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