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노벨상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재작년 네기시에이이치(根岸英一)와 스즈키아키라(鈴木章)의 화학상 공동수상에 이어 올해 또 야마나카신야(山中伸彌) 교토(京都)대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기 때문이다.

1949년 유카와히데키(湯川秀樹) 교토대 교수의 물리학상을 시작으로 금년까지 일본인 수상자는 19명을 헤아린다. 2008년엔 고바야시마코토(小林誠) 등 일본인 3명이 공동 물리학상을, 80세의 시모무라오사무(下村脩)가 화학상을 타는 등 온 누리에 일본인의 기염을 토했지만 이번엔 50세 젊은 교수가 콧대를 한껏 드높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19명의 역대 수상자 중 과학 분야가 16명이라는 점이고 한국에선 해마다 고은 시인을 들먹이며 목이 빠지도록 고대하는 노벨문학상도 일본에선 1968년 카와바타야스나리(川端康成)와 1995년 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두 명이나 탔다는 것이다.

도쿄대 출신이 8명, 교토대가 이번 야마나카 교수를 비롯해 6명이다. 일본인 수상자의 명물 중 명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그 해에 출현했다. 시마즈(島津)제작소라는 일개 회사의 43세 젊은 평사원인 타나카코이치(田中耕一)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명문대 출신도, 화학 전공도 아닌 전기공학과 출신이었고 두발과 수염이 귀찮아 까까머리인 괴짜에다 어릴 때의 꿈은 전차 운전사였다. 그런데 노벨상의 10월만 오면 목이 파고들어 줄어드는 게 우리 한국인이다. 미국은 1901년부터 작년까지 총 수상자 853명 중 무려 325명을 차지했고 영국이 110명, 독일 81명, 프랑스 55명, 스웨덴 31명, 스위스 22명, 러시아 20명에 이어 일본이 8위다.

늙은 DJ가 불원천리(不遠千里) 젊은 김정일을 찾아가 얼싸안고 돈 보따리까지 안긴 공로로 달랑 노벨평화상 하나 탄 한국이 월드컵에서 일본을 앞질렀듯이 '보디 올림픽'이 아닌 '브레인 올림픽'―노벨상에서도 당당히 일본을 제치고 8위 이상으로 올라서는 그 해는 언제쯤일까.

100년 후, 아니면…. 해마다 미국인 수상자가 빠지면 노벨상 존재 자체가 싱겁고 무색해질 그 나라 325명 수상자 따라잡기야 감히 꿈도 꿀 수 없겠지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