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정국이 과거사에 매몰되고 모호한 언어에 희롱당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7일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 여론에 밀려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또 한번 당 안팎의 여론에 떠밀려 기자회견을 할 모양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용론이 불거지자 이를 방어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당에서는 친노그룹에 대한 비주류의 불만이 팽배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기성정치권에 정치쇄신을 주문하지만 정작 자신의 대선공약 대부분이 총론에 그치면서 각론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미래에 대해 세 후보는 분명한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한·중·일 영토분쟁, 장기불황이 예고된 세계경제에서의 생존전략, 구멍난 안보상황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과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 쓰레기매립장 문제만 놓고 봐도 수도권에서 진동하는 악취속에 취임식을 할 요량인지 언급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 일각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대책은 없이 경제민주화와 복지증대만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의 '통합',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 안철수의 '변화'도 현재와 미래를 빼면 사상누각이다. 과거에 발목 잡히고 실천적 각론이 모호해서는 이룰 수 없는 가치들이다.

이제부터 대선 승부는 현재의 해법과 미래의 비전을 사안별로 분명하게 밝히는 후보가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와 문재인은 진정성을 갖고 과거를 정리하고 안철수는 애매모호한 안갯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어조와 명확한 논리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또 미래에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의 단결을 호소해야 한다. 이런 행보를 먼저 시작하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후보가 결국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국민은 지금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협하는 모든 불안요소에 대한 대통령 후보의 대안과 비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과거사와 모호함이 판치는 대선정국을 정책선거로 전환시킬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