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의 빚더미에 허덕이는 지방공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같이 빚을 지고 있는 정부 산하 공기업도 성과급을 주는데 '우리는 못할 게 뭐 있느냐'는 투니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방만한 경영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업들이 도민의 혈세를 펑펑 쓰면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니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류승우(새누리·이천) 의원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려 7조911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경기도시공사는 직원들에게 21억3천여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지난 9월말 현재 1천857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경기신용보증재단은 7억5천여만원을, 623억원의 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도 2억6천여만원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 12개 산하기관들의 전체 부채 규모는 7조4천억원. 그런데도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21억원의 돈이 성과급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다.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된다. 일반 회사였다면 이와 같은 성과급이 가능이나 했겠느냐"라는 류 의원의 지적에 우리는 동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기관 평가결과에 따라 합법적으로 지급된 성과급이다. 하지만 불황에 허덕이면서 살아가는 서민들이 볼 때는 상대적 박탈감에 씁쓸해 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경영평가도 문제다.

부채와 적자는 뒤로 한 채 무슨 일을 했느냐가 등급 판정을 좌우하는 등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뒷말도 무성하다.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평가방식도 손질해야 한다. 부채나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 성과급 지급대상에서 과감히 배제함은 물론 조직과 인력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성과급은 본래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을 높여 이익을 많이 낸 데 대한 보상으로 주는 보너스의 개념에 가깝다. 그럼에도 빚더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급별 나눠먹기식이 된다면 도민들을 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내년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도 과연 이같은 일이 벌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