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천재임을 드러내고자 곧잘 써먹는 설정이지요. 이를테면 피아노 건반을 대충 주먹으로 쾅! 내려친 다음 소리 난 음을 모두 알아맞히라면? 이걸 어렵지 않게 해내는 사람은 아마도 절대음감을 가졌을 겁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화음을 눌렀을 때보다 불협화음을 눌렀을 때 소리 난 음 맞히기를 더 쉽게 해요. 화음을 들으면 음들이 서로 어울려 버리기 때문에 마치 색맹·색약 검사할 때 쓰는 '이시하라 팔레트'처럼 헷갈릴 때가 있지만, 불협화음은 음 하나하나가 두드러지거든요.

음높이는 상대적이지요. 그런데 빨간색을 보고 '빨강'이라는 색이름을 떠올리듯이, 어떤 음을 듣고 음이름을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능력을 절대음감이라고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물리학적으로 따지자면, 빛과 소리는 주파수가 다를 뿐 전자기에너지라는 점에서는 같거든요.

절대음감은 영어로 'absolute pitch'라고 부릅니다. '절대음고'가 학술적으로 더 정확한 말이죠. 인지과학자들은 절대음고가 기억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절대음고가 있는 사람은 음계음을 상대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기준음이 '도'가 아닌 이상 두 음을 듣고 음정(interval) 맞히는 일을 어려워한대요.

음이름이든 색이름이든 '이름'이라는 '언어'와 엮여 있죠. 이를테면 글자의 색깔을 알아맞히는 일을 할 때, '파랑'이라는 글자가 하필 빨간색으로 쓰여 있다면 몹시 헷갈리겠죠? "파랑. 아니, 빨강!" 언어 정보처리 과정에서 혼선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지요.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계음을 들었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음악을 들으면서 영어 단어를 외거나 노래가사에 집중하는 일을 어려워합니다. 음이름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라 버리거든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음악가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