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2월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탄생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격변의 시대와 함께 하게 된다. 국내에선 경기 악화에 따른 경제문제 해결과 사회 양극화현상을 해소해야 하고, 국제적으론 미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의 새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질서에 순항할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과반수 대통령에다, 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출범하는 그는 선거 공약인 '70% 중산층 재건과 100%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정치·행정쇄신을 통한 국민대통합에 기치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 실현과 정치·행정쇄신의 가치를 더 높일 것이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변화와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선거 후 첫 행보로 쪽방촌을 찾았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만나며 낮은 자세를 보이면서도 인수위 구성과 인사 스타일에서 보여준 용병술은 진정한 '민생정부'와 '박근혜식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그가 정치와 인생의 부침을 겪으며 33년 만에 복귀(?)하는 청와대에서 또 한 번 '잘살아 보세' 신화를 그려낼지 주목된다.
[경제민주화]성장과 복지 여건조성 '박근혜 정부 첫 시험대'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권을 경제·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는 세계사적 변화속에 사상 첫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것은 그야말로 의미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대선을 전후해 가장 민감한 사안이 경제문제인 만큼 박 당선자가 주력할 문제는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국민적 갈등, 불공정한 사회로 인한 특권의식 팽배에 대한 치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대선에서 박 당선자가 공약 1호로 제시한 경제민주화 추진은 '박근혜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대선 공약에서 국민통합과 정치쇄신, 중산층 재건과 더불어 경제민주화를 '4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소득양극화가 심화하는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것이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급격한 재벌개혁을 단행할 경우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어떤 대응카드로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대북·외교·안보]한반도 신뢰회복과 함께 동북아 외교 새판짜기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대북 외교 안보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새로운 외교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일종의 컨트롤타워인 가칭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남북관계의 해법으로 '신뢰 회복'과 '비핵화 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남북간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이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정세도 중대한 도전 과제다. 박 당선자는 세계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외교에선 '한·중·일 트로이카 협력'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일본에서는 극우 성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 내각과 새로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체제'와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관심이다.
[사회통합과 대탕평]국가지도자 연석회의·차별없는 인재기용 실현
무엇보다 국내적으로는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제기한 국민대통합과 탕평인사를 통한 사회전반의 통합 프로그램 제시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박 당선자가 지역·계층·세대·이념 간 갈등을 뛰어넘어 '100%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로 대변되는 사회전반의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국민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절반가량의 유권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초박빙 선거전의 후유증을 조속히 치유하고 민생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개최할 수도 있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열어 민생·한반도·정치혁신·국민통합 등의 의제에 대해 야당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의 대탕평 정책은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을 막론하고 말단에서 고위직까지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에 의한 인사, 성별에 따른 차별 인사를 없애겠다는 약속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직속 '기회균등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인사균형지표'를 매겨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성별·학력·출신지역,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 인사를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행정의 쇄신]대통령 인사권 분산… 정당공천 폐지 논의할듯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100%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정치·행정의 쇄신이 필요하다.
그가 당선 후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밝힌 첫 화두는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책임총리제를 통한 권력 내려놓기이고, 또 하나는 어려운 민생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진정성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주문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분산해 총리에게 헌법상 보장된 장관 제청권을 부여하고, 장관에게는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는 정치권의 문제는 여야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즉각 추진은 어렵겠지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고 면책 특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쇄신책을 주문할 수 있다. 정치쇄신책의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야 지도자가 만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나 개헌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 모두 최고 권력자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 당선자가 정치 인생에서 가장 강조해 온 것이 약속과 원칙, 신뢰인 만큼 그의 주변에서는 개혁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아 해법 제시가 주목된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