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열린 '화서문거리축제'에서 주민들이 손수레를 타고 에코모빌리티(생태교통)를 홍보하며 거리를 지나고 있다.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 캠페인
1956년 유럽서 시작 한국 10여년째
무동력 이동수단 이용 CO2배출 줄여
대중교통 무료… 거리 각종 놀거리
보행인구 늘어 공동체 결속도 높여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자동차 '없이' 보내는 시간은 단 하루도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인 '생태교통'을 외치며 그 일환으로 '차 없는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생·태·교·통, 익숙한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일반 시민들에겐 좀 낯설다. 환경을 생각하는 교통이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오늘부터 머릿속에 '생태교통'이라는 개념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 생태교통(Eco Mobility)이란?

생태교통은 대중교통의 이용과 더불어 걷기, 자전거와 같은 무동력 교통수단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의 통합된 형태를 의미한다. 생태교통을 3가지 개념으로 압축한다면 ▲친환경성 ▲사회적 포용성 ▲통합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생태교통의 친환경성은 대기질을 악화시키지 않고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모든 이동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포용성은 나이와 성별, 육체적 건강상태의 차이에 관계없이 원하는 곳까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성은 걷기 및 달리기와 자전거, 인라인, 유모차, 수레 등 바퀴를 이용하는 무동력 이동 수단,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교통 수단, 버스, 기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과 이 모든 이동 수단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 등을 포괄한다.

결국 생태교통은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19%를 웃돌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교통부문의 수치를 줄여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자는 바람직한 이동수단인 것이다. 생태교통을 직접 실천하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차 없는 날'을 주목하기 바란다.

▲ 차량이 통제된 화서문거리축제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전통놀이인 줄넘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 차 없는 날(Car Free Day)이란?

차 없는 날은 말 그대로 하루동안 자가운전자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상징적인 세계 캠페인이다. 매년 9월 22일을 '세계 차 없는 날'로 정해 전 세계 40여개국 2천100여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그저 자동차 없이 잘 준비된 하루를 보내며 그날 자신 주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관찰하면 된다.

# '차 없는 날'의 역사

차 없는 날 행사의 시작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차 없는' 일요일 행사를 가졌고, 1973년 유럽지역에서도 간헐적으로 개최됐다. 1994년 스페인에서 열린 '접근 가능한 도시' 컨퍼런스에서 에릭 브리튼(Eric Britton)이 차 없는 날 행사를 언급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듬해 국제적으로 차 없는 날 컨소시엄이 발족됐다.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과 30개국, 813개 도시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됐으며, 2000년 2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차 없는 날 행사가 개최됐다. '세계 차 없는 날'은 콜롬비아의 행사 개최 이후 2001년 9월 22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차 없는 날'의 좋은 점

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 마냥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면 차 없는 날 실천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장점들을 살펴보자.

▲지역 공동체 발전 - 차 없는 날 행사를 통해 시민들 간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또 대규모 인원이 행사에 참가하게 되면서 공동체 간의 접촉과 보행 인구가 늘게 되면 자연스레 도시의 치안 수준도 증가하게 된다.

▲건강 개선 - 도시의 많은 차량으로 시민들과 환경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차량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보니 도시의 시민들은 물리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차 없는 날' 행사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운동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대기환경을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행복 -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나이와 성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시라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수용력을 키울 수 있으며, 정신적인 행복감과 도시의 건강을 향상시킨다. 복잡한 교통과 무분별한 도시의 팽창이 사회적 연결성을 단절시키며, 사회적 연결성은 개인과 사회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만 봐도 그렇다.

▲도심 상권 활성화 - 대규모 '차 없는 날' 행사의 원조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처럼, 차 없는 날 행사는 도시 한 중심에서 진행된다. 당연히 도심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며 시 외곽에서든 다른 도시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차 없는 도시를 방문해 축제를 즐길 것이다.

▲교육 효과 - 사람들은 차 없는 도시에서의 삶의 행복을 조금씩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에게 자동차에 점령된 도시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차량이 통제된 화서문거리축제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전통놀이인 줄넘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 국내 '차 없는 날' 행사의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부터 일부 환경·에너지 소비자 단체들의 주도 아래 차 없는 날 행사가 시작됐다. 2007년 9월 10일에는 서울시가 '서울 차 없는 날'을 지정해 진행했고, 2009년 세계 차 없는 날인 9월 22일, 환경부 후원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차 없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차 없는 날에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거리 곳곳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며, 관공서나 민간 기업들의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차가 없는 거리에는 시민들을 위한 행사나 캠페인이 열려 누구나 이날만큼은 '작은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