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11시. 10년 전만 해도 평일 오전 11시는 공연계에서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2004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11시 콘서트'를 시작한 이후 이 시간은 공연장의 '골든타임'이 됐다. 11시 콘서트는 첫 회를 제외하고 5년동안 공연마다 2천300석 객석이 가득 찼다.

아침음악회를 기획한 전 예술의전당 사장 김용배 교수(피아니스트·추계예대 교수)는 "1990년대에도 오전에 음악회가 열린 적이 있지만 당시엔 흥행이 되지 않았고 1회적인 공연으로 끝났다"며 "2004년에는 가능성이 엿보여 조심스럽게 다시 시도했는데 이처럼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예술의전당은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의 시간대를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오랜 논의 끝에 오전 10시는 공연장에 오기에 너무 이르고, 낮 12시와 오후 1시는 식사시간과 겹치고, 오후 2시는 저녁 공연 준비에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을 내려 '오전 11시'가 골든타임으로 낙점됐다.

이후 1만5천~2만5천원의 저렴한 관람료와 해설이 어우러진 편안한 음악, 식음료가 곁들여진 평일 오전 11시 공연은 10년동안 각 공연장에서 제 역할을 찾아갔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2011년 '브런치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아침공연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 공연이 매진됐다. 성남문화재단의 '마티네콘서트'는 '카이(정기열)'를 해설자로 주제가 있는 클래식 해설을 선보이며 2만5천원의 비교적 높은 관람료에도 지난해 유료관객 점유율이 88%에 달했다.

고양문화재단은 홀수달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포크와 재즈음악 등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아침음악나들이'를, 짝수달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해설과 연주를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회 '마티네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부들이 관객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음악회 내용에 따라 관객층이 달라지며, 은퇴하신 분들이나 저녁시간에 일하는 남성 관객의 비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평일 오전 음악회는 더 많은 관객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장르를 넓히며 공연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모닝콘서트'와 더불어 2009년부터 '모닝연극'을 기획,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8년째 '아침음악회'를 열고 있는 안양문화재단은 올해 '실내악'으로 프로그램을 새롭게 꾸몄다.

관객과 공연장 모두를 만족시키며 평일 오전 공연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일부 공연장에서는 엉성한 공연으로 관객을 실망시키기도 하고, 공연이 끝난 후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하지만 수백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 없어 서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공연장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람 후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이 남긴 여운을 즐기는 것까지가 공연의 완성"이라며 "공연의 질은 물론이고 공연장 안에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