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맥주 통에서 코브라까지 연결된 관에 낀 비어스톤(Beer Stone)을 제대로 청소해주지 않아 손님상에 올라온 생맥주에선 간혹 냄새가 나고 마신 손님은 머리가 아프거나 심하면 설사까지 해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2일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치킹' 서울·경기본부 직영점을 낸 오해식 사장은 '생맥이 맛있어 찾아오는 치킨 전문점'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하루 두 번 생맥주관을 이온수로 청소해주는 기계 에코젠(ecozen)을 각 생맥주 공급 시설마다 놓은 이유도 그 슬로건을 지키기 위함이다.
"치킨 집이 많지만, 어디를 가나 그 맛이 대동소이합니다. 결국 치맥집의 성공여부는 맥주맛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맥주 맛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오 사장의 욕심은 맥주 숙성실로도 이어졌다. 냉동탑차가 아닌 일반트럭으로 생맥을 운반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스트레스 받은 효모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
그가 맥주에 대한 자부심으로 막막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함에 이미 목놓아 울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년동안 한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지사를 운영해온 그는 본사가 모든 이윤을 독점하는 체제의 폐단이 어디서 오는지를 깨달았다. 이에 뜻을 같이 한 동료 4명과 함께 독립을 선언, '협의체 프랜차이즈'를 내세웠다.
그는 메뉴와 브랜드를 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도 본사 없이 각각의 본부를 두고 동료들과 광고 등의 모든 결정을 협의해 하기로 했다.
그 결과 서울·경기, 강원·충청, 경남 서부, 경남 중부, 호남에 본부를 두고 각각 직영점을 내 운영하는 체제인 것. 누구도 치킹 브랜드로 이윤을 냈다 해도 본사에 상납할 이유가 없고, 본사 사장이 없어 독단으로 결정할 사람도 없다.
오 사장은 "오랜 시간 몸담았던 프랜차이즈의 창립멤버였지만, 결국 사장 독단으로 움직이는 걸 보고는 계약서에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명시해 뒀다"며 "가맹점이 행복해야 치킹이 의미있어진다"며 갑을을 떠난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권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