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얼마 전 K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인 성남 일화가 우여곡절 끝에 성남시의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1989년 창단한 성남일화는 K리그 클래식을 7회, 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아프로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총 18회의 우승을 기록한 명문 구단이다. 그런데 모그룹인 통일그룹이 축구단의 운영을 포기하고 성남과 안산시에 인수를 타진했다. 이 와중에 8월에는 안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붉은악마와 성남 서포터스는 연고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성남의 별은 오직 성남의 하늘에서만 빛난다!'는 그들의 문구는 결국 결실을 맺었다. 2013년 10월 2일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을 발표하며 일단 해체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민구단으로 전환이 결정되었을 뿐이다. 아직 성남구단이 가야할 길은 멀다. 진짜 명문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성남 지역의 시민들과 축구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만화잡지 '모닝'에는 특이한 축구 만화 '자이언트킬링'이 연재 중이다. 일본의 국가대표였고, 또 프로구단 '이스트 도쿄 유나이티드(ETU)'의 황금시절을 이끌었던 천재 축구 선수 타츠미 타케시가 10년 만에 ETU의 감독으로 돌아와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무섭게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다. 흔히 스포츠만화는 초점이 선수에게 맞춰진다. 선수들의 성장, 그리고 승부는 스포츠 만화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 그런데 '자이언트킬링'은 클럽 전체가 주인공이다.

▲ 츠지모토 글, 츠나모토 마사야 그림 '자이언트킬링'
황금시절을 이끌었지만, 모두의 기대를 물리치고 프리미어로 떠나버린 타츠미 타케시가 감독으로 돌아온 그 해, ETU는 리그에서 5연패를 당한다. 5패를 당한 경기에서는 1대0으로 지다가 한골을 만회해 동점으로 따라가던 접전 상황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골을 먹고 지고 만다. 그때 서포터스가 말한다. 거의 다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뭔가가 부족했다. 우리의 함성이 크면 클수록 선수들이 힘들 때 분발하는 거다. 서포터스는 경기장에 혼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타츠미 타케시는 프런트, 선수들을 모아 카레 파티를 연다. 서포터스와 유소년 선수 그리고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한다. 클럽이란 이런 거라고, 감독이 말한다. 타츠미 타케시는 선수 개개인의 장기를 끌어내어 ETU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낸다. 조금씩 특유의 경기력이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프런트, 유소년 클럽, 서포터스 더 나아가 연고 지역인 동부 도쿄지역의 시민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한다.

스포츠, 특히 연고지를 두고 정기적인 경기를 벌이는 프로 스포츠의 힘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이 하나로 모인 팀과 팀을 사랑하는 팬들을 통해 극대화된다. 내 아이와 함께 내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사고, 시즌 입장권을 구매해, 주말이면 구장을 찾아 응원을 한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같은 세계 명문 리그의 팀들은 오랜 시간 속에서 클럽과 지역이 하나가 되었다. 성남의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 성남도 이제까지 모그룹의 지원에 기대는 운영방식을 버리고, 지역과 하나가 되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 그게 축구클럽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