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흥시 포동 일대 농경지에 매립한 토사에 상당부분 기름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경인일보 12월 6일자 23면 보도), 토양에 대한 검사항목이 대폭 축소된 배경을 두고 시흥시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서로 책임을 회피해 눈총을 받고 있다.

15일 시흥시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월31일 SK건설이 매립한 토사를 채취해 도보건환경연구원에 오염도 검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시가 의뢰한 것은 토양오염검사시 필요한 21개 항목 중 토양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단 한 가지 뿐이다. 특히 시는 토양오염도 검사에 필수적인 벤젠, 톨루엔 등 중요 5개 항목조차 제외했다.

이처럼 항목을 대폭 축소해 부실한 검사를 실시한 배경을 두고 시와 연구원간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는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할 당시 연구원측에서 예산 상의 이유로 검사항목을 대폭 생략하자고 제안해, TPH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원측은 "검사항목에 대해 시와 협의를 거쳤고, 당장 필요한 부분부터 검사를 해야한다는 취지였을 뿐, 예산문제에 대해선 언급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유류성분 기본항목(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TPH) 검사는 10만3천원밖에 들지 않는다. 21개 항목 모두 실시할 경우에도 91만8천원에 불과하다.

농업계 관계자는 "TPH 검사는 휘발유 성분을, 벤젠이나 톨루엔 검사는 경유 성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유류관련 오염도를 측정하려면 최소한 5가지 항목에 대해선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과 검사기관이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사이, 해당 토지 인근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흥에 사는 농민 A씨는 "흙이 매립된 지도 벌써 몇달이 지났는데 이미 땅 속에서 오염 성분이 퍼져나가고 있을 지 누가 알겠느냐"며 "농사 잘 짓고 있는 땅에 이상한 흙을 부은 쪽이나, 나몰라라 뒷짐지고 있는 시흥시나 똑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오염도 검사는 충분했고 추가 검사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영래·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