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석률 높던 前의원 저력 과시
멸종위기종 복원·명품마을 등
소통에 무게둔 다양 사업추진
"혜택 고스란히 국민에 돌릴것"
공원, 규제대상→경제주체 변모
강화갯벌 지정땐 年 6조원 가치
저소득층에 자연치유 기회제공
글로벌 공원 변화 해외 협력도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만난 박보환 이사장은 휠체어를 타고 집무실로 들어섰다. 무릎 연골 봉합수술로 20여일간 병원신세를 졌다고 한다.
얼굴은 좀 수척해 보였지만 인터뷰에 들어가자 공단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통계 하나까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술술 풀어 나갔다. 지난해 9월 이사장에 취임한지 4개월 남짓 지났지만 모든 업무를 꿰차고 있는 듯했다.
처음 2개월 보름간 지방의 모든 국립공원을 한 바퀴씩 돌았고,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만도 2만㎞를 넘겼다니 무릎에 탈이 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는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본회의장 출석률 '상위 5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실파였다.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만불 사회에 맞춰진 구조로 어떻게 밝은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제 국립공원도 국민과의 소통으로 정부 3.0정책에 걸맞은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인터뷰는 공단 이사장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 산 기슭 풀가지도 스마트 폰으로 분석하는 시대
며칠전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정부 3.0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는 박 이사장은 "어느 기관보다 국민과 소통하고 협력이 필요한 기관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일 것"이라며 공단 운영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부 3.0은 국민과 소통하고 협력해 그 혜택을 국민이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산의 풀가지 하나라도 스마트폰으로 분석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예전 국립공원하면 단순한 등반코스로 인식하기 쉬웠지만 요즘은 산속의 풀잎 하나라도 스마트폰으로 찍어 공단 앱을 이용하면 그 내용을 피드백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과 소통하는 주요 사업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생태나누리사업 ▲명품마을 만들기 ▲캠핑문화조성사업을 꼽았다.
이들 사업 모두가 공단과 국민의 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국민의 협력없이 잘 관리될 수 없고, 잘 관리만 되면 그 혜택 또한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국립공원 관리에 대한 평소 가치관은 무엇인가.
"건강한 생태계 보전과 탐방객 안정, 탐방서비스 제공이다. 보전과 이용이라는 상반된 논리를 잘 풀어내야 정부 3.0을 실현하는 모태가 되는 것이다."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앞에서 얘기 했듯이 가장 큰 역할은 자연보전이고, 그 중 가장 큰 사업이 자연 생태복원사업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현재 지리산에 29마리를 방사해 놓고 있다. '숲의 농부'라고 할 수 있는 반달곰이 서식하는 곳이라면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소백산 여우복원사업과 산양복원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종복원 사업은 대형 포유류뿐 아니라 광릉요강꽃 등 26종의 식물복원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사된 개체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지난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산양, 여우 등이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은 현재 안정화 단계에 있으며 29마리가 자연에 서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여우복원사업은 현재 6마리가 자연 적응훈련중이며 2020년까지 자체 생존 가능한 50마리까지 증식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는 남생이 장수하늘소의 복원 기반도 마련하려고 한다."
-생태보전을 위해 추진하는 공원 스트레스 지수 사업은 잘 되고 있는가.
"생소할지 모르지만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산림도 많은 사람들의 이용 빈도에 따라 훼손될 수 있듯이, 그 스트레스지수를 계량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탐방객 수, 탐방로 훼손정도, 샛길, 쓰레기 발생량 등 총 8개 지표를 토대로 산출해 5개 등급으로 구분, 보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북한산 국립공원 원도봉~포대능선 등 20개 구간이 '매우심각' 등급을 받은바 있다.
■ 규제의 땅에서 행복과 미래의 보고로…
공원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국민인식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박 이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해 3월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총 21개의 공립공원(산악형 17개, 해상형 2개, 해안형 1개, 사적형 1개 )이 전국에 포진돼 있다"며 "최근 무등산 평촌마을의 경우 공단에서 추진하는 명품마을로 개발해 국립공원 밖의 마을에서도 이제 자기집도 좀 넣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전남 광양의 백운산과 대구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 해달라는 지자체의 요구가 있다고 귀띔했다. 과거에는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한 각종 규제로 지역사회와 마찰이 심했지만 2000년대 후반 국립공원 명품마을 조성사업이 가시화 되면서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하러 현장을 찾고 있다는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공단 자료를 인용하며 "2013년도 명품마을의 효과는 탐방객 2배(196%), 마을소득 5배(508%) 증가했고 지역경제 활성화 유발효과도 102억원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 마을로 변화되는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경기 인천지역 지자체에서 국립공원 승격을 요구하는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이사장은 강화 갯벌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때 강화군수가 갯벌을 명품으로 만들기위해 국립공원 승격을 희망했던 적이 있었다"며 "강화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명품을 만들면 유럽의 북해연안, 브라질, 캐나다, 미국 등과 세계 5대 갯벌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갯벌의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90배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경제성과 자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6조원의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 이젠 공원복지시대…노인·어린이도 걸어서 정상까지, 휠체어 타고 산림욕
국립공원은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고 안전사고의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게 대명사처럼 인식돼 왔다. 정치인 출신의 박 이사장은 산에 대한 예전의 인식을 탈피해 누구나 쉽게 산을 이용하고, 자연속의 쉼터를 만들어 진정한 휴식 공간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산 하면 등산하는 곳으로만 인식할 때가 있었다"며 "이제는 국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이나 다문화 가정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생태나누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생태복지 사업인 셈이다. 숙식이나 교통에 드는 비용을 기업이 후원하는 식으로, 지난 2009년 2천300만원으로 시작해 올해 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의 자연생태 체험을 위한 생태탐방연수원 운영도 같은 맥락이란다.
박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생태를 체험하고 환경성 질환자들이 자연치유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위해 2011년 9월 북한산 도봉지구에 최초의 생태탐방연수원을 개원했다"며 "오는 9월 지리산 화엄지구, 2015년 설악산과 소백산, 한려해상, 거제·통영지구에 연수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서 산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오는 2016년부터 정상화되면 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 글로벌 국립공원으로 변화 모색
박 이사장은 인터뷰 시간 내내 강한 의욕과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그는 "예전 우리의 산은 '땔감' 구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외국에서 우리 공단의 사업을 벤치마킹하러 오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등에서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전수받고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공원관리기법을 적용시켜 새로운 IUCN 지침서를 발간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아직 더 큰 꿈이 있다. 국립공원 탐방객 5천만 시대를 앞두고 더 선진화된 명품 국립공원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다.
그가 최근 캐나다 공원청(Parks Canada)과 글로벌 지침서 마련에 참여해 생태복원과 보호지역 인식 강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에 공동 참여하고 해양보호지역의 관리개선을 위해 호주 빅토리아주 공원청과도 협력을 다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국회의원 시절 예산과 법안을 다루면서 체험한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공단의 살림(예산)을 늘리고, 미흡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직원들의 후생복리를 늘려 공단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당인으로 잔뼈가 굵은 그가 정치 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맡은 국립공원 관리의 '수장'으로서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박보환 이사장은?
△경북청도(56년생) △경북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연수원 교수 △한나라당 경기도당 사무처장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글= 정의종기자
/사진= 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