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공무원 사망사건 그후] 공무원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해도…

[공무원 사망사건 그후] 공무원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해도…"얼마든지 알수있다" 목청

인천 지자체, 악성민원서 직원 보호홈페이지 수정·직제표 사진 뺐지만"신문고 접수시 이름·전화번호 공개"개인정보 노출 최소화할 대책 필요 인천 각 군·구청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업무 담당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2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서구는 이달 1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가리고, 담당 업무와 전화번호만 공개하고 있다. 사무실 앞에 부착한 직제표에선 직원들의 사진을 뺐다. 서구를 시작으로 미추홀구, 부평구, 남동구, 중구 등도 이런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수정했다.이는 지난 2월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신상 정보를 악용한 이른바 '좌표 찍기'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과 서울 등 전국 지자체에서도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 등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공무원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한 행정안전부 등의 별도 지침이 없어 각 지자체가 직원 보호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그러나 공직사회 안팎에선 담당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구청 홈페이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민원 창구를 통해 담당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인천만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는 국민신문고를 비롯해 새올전자민원창구, 구청장(시장)에게 바란다, 120미추홀콜센터 등이 있다.인천 한 구청 공무원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전화번호와 이름이 민원인에게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청 공무원은 "홈페이지 등에서 이름을 가려 직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시키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른 창구에서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결국 구청 담당자가 연락해야 하는데, 특히 외부 출장 중에는 사무실 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지자체가 신상 정보를 가리더라도 다른 민원 창구를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악성 민원인은 이런 창구까지 모두 이용한다"며 "정부가 전담 부서를 만들어 통합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이 부서에서 악성 민원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에도 민원 업무용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등 직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공무원들의 성만 존재하는 인천 서구청 홈페이지. /서구청 홈페이지 캡처.

2024-04-23 19:24:52
[공무원 사망사건 그후] 청년공무원 49재 맞아 전국서 추모물결

[공무원 사망사건 그후] 청년공무원 49재 맞아 전국서 추모물결

신상정보 공개와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의 49재를 계기로 전국 공직사회에서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포시공무원노동조합은 22일 김포시청사에서 최근 유명을 달리한 A주무관의 49재 추모행사를 치렀다. 이날 검은색 복장으로 행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오늘은 고인이 되신 소중한 주무관의 49재입니다', '악성민원은 범죄입니다' 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청사 정문에서 무언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포시 측도 본관 전광판에 '소중한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바꾸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띄워 추모했다. A주무관을 추모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군산시공무원노조는 22일과 29일 양일간 검은색 복장과 검은색 마스크를 쓰는 '블랙데이'를 운영한다. 조합원뿐 아니라 강임준 군산시장도 캠페인에 참여해 악성민원 근절을 외치고 있다. 충주시공무원노조도 22일 블랙데이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이들은 출근길 동료들에게 검은색 리본을 나눠주고 조길형 충주시장에게는 직접 리본을 달아줬다. 악성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행위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동료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노조 측은 알렸다. 또 익산시와 고창군, 경기 광주시공무원노조는 A주무관을 추모하는 조합원 릴레이 시위를 진행 중이고, 천안시공무원노조도 블랙데이 행사로 청년공무원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이해준)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석현정)은 오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악성민원 대책을 요구하는 '공무원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유세연 김포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공무원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인식으로 한 청년을 하늘로 떠나보냈다"며 “존중과 친절은 공무원과 민원인이 상호 지켜야 할 도리이지, 공무원의 일방적인 의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 이후 홈페이지상 공무원 실명 비공개조치를 시행한 지자체는 30여곳으로 늘었다. 행정 투명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알면서도, 정부가 뚜렷한 직원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자구책이었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한창훈 전북공노조연맹 공동대표는 “공무원들은 인격을 짓밟는 악성민원에 시달리며 버티고 있다. 실명 비공개는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우성·조수현·변민철기자 wskim@kyeongin.com

2024-04-23 17:02:15
[경인 Pick]

[경인 Pick] "배탈땐 뭘 먹나" 황당민원도 소화… 특이민원 대응 TF 꾸린 인천시

청사별 전용실, 업무공간과 분리 사안 경중따라 팀장급 이상 배석정보공개 분야, 법률전문가 배치시의회도 정책과제 제안서 전달# 사례1 : 최근 인천시의 한 행정기관은 '배탈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 "배탈이 났는데 박카스를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으면서 시작된 배탈 민원을 응대한 공무원은 이틀 동안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공무원은 소화제 복용을 권유했는데 민원인은 "왜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사례2 : 인천시 각 행정기관에서는 특정인(기관)을 겨냥한 집중적인 정보공개 청구를 처리하면서 업무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부존재 조치'를 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1명이 4일간 403건의 추가 정보공개 청구를 한 적도 있다. 공무원이 정보공개 청구 응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감사관실에 조사를 청구하거나 직원 기피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인천시가 공직 신상정보를 악용한 '좌표찍기'로 항의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TF)'을 꾸리고 사무 공간과 분리된 '전용민원실'을 설치하는 등 직원 보호조치를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특정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악성(특이) 민원을 반복해 제기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지만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 규정이 부재해 일부 공무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위법행위로 폭언(4건), 협박(2건), 폭행(2건), 성희롱(1건), 위험물 소지(1건)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법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악성민원 사례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인천시공무원노동조합이 인천시 공무원 대상으로 지난 3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329명)의 88.5%는 '최근 5년 사이 악성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악성민원 빈도는 '월 평균 1회 이하'(39.5%), '월 평균 2~4회'(30.1%) 순으로 나타났다. 악성민원 주요 사례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중복응답 가능)에는 '동일(유사) 건에 대한 반복 민원 제기'(151명),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 및 보복성 정보공개 청구'(142명), '협박, 욕설 및 폭언 등 언어 폭력'(111명)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자 다수는 악성민원으로 '무기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 그래픽 참조인천시는 행정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을 구축했다. 전담반은 민원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피해 공무원 법률 상담이나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민원 공무원 인사우대 등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 중 세부시행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다. 또 청사별로 전용 민원실을 지정해 업무 공간과 민원 공간을 분리한다. 민원 대응 시 사안 경중에 따라 팀장급 이상 직원 배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보공개 업무 분야 법률 전문인력을 시 민원담당 부서에 배치해 공개결정에 전문성을 높인다. 정보공개심의회 대면 심의도 월 2회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또 이달 중 민원·정보공개 제도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건의안에는 정보공개 오·남용 청구에 대한 처리 규정 신설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인천시의회도 지난해 11월부터 민원처리 제도개선 전담반을 발족해 5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4대 전략과 8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19일 시 집행부에 제안서를 전달했다.제안서에는 ▲통합 전담기구 설치 ▲중앙부처 협력 강화 ▲공직자 보호 결의대회 개최 ▲민원공무원 업무집중 환경 구축 ▲'정보공개법' 개정안 활용 ▲실태 설문조사 실시 ▲청사출입 시스템 확립·정착 ▲제도 보완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명래·김성호기자 problema@kyeongin.com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1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024-04-21 20:12:47
경인일보 김우성·조수현·변민철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부문 수상

경인일보 김우성·조수현·변민철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부문 수상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김우성·사회부 조수현·인천사회부 변민철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박종현)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이민규 중앙대 교수)는 18일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경인일보의 <좌표찍기 시달린 공무원 사망사건> 보도 등 총 6편을 선정했다. 경인일보는 신상정보 공개와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을 최초 보도하고, 행정현장에 만연한 악성민원 폐해와 구조적 문제를 연속·기획보도를 통해 지적했다.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악성민원 대응 부처합동TF를 출범하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 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악성민원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도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 보호장비 지급 등 자구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경인일보 외에 MBC <이종섭 출국금지·대통령실 통화>, TV조선 <양문석, 대학생 딸 사업자 대출로 본인 아파트 빚 갚았다>, 조선일보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KBS <구멍 뚫린 과적단속시스템 고발>, 전라일보 <돈벌이로 전락한 공인어학시험...제94회 한국어능력시험 암표상 사태>가 함께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연주훈기자 raindrop@kyeongin.com

2024-04-18 15:40:56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상급자 민원처리 요구 금지돼야”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상급자 민원처리 요구 금지돼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 청년위원회(이하 노조)가 '상급자 등 제3자를 이용한 민원처리 요구 금지 방안' 등 악성민원 대책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15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간담회를 갖고 “청년공무원은 악성민원의 최대 피해자"라며 “앞으로 정부가 마련할 악성민원 대책에 청년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2월 공직 신상정보를 악용한 '좌표찍기'로 항의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노조는 이날 건넨 요구안에 ▲상급자 등 제3자를 이용한 민원처리 요구 금지 방안 ▲악성민원 법적 대응 강화 ▲공무원 개인정보 보호 ▲반복 및 중복민원 처리 간소화 등을 담았다. 특히 상급자 등 제3자를 이용한 민원처리 요구 금지 방안은 이번 사건 이후 공개적으로 처음 불거진 사안이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상급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연차 공무원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청년공무원들은 이 같은 요구가 악성민원과 다름없다고 인식한다는 의미로, 정부 TF에서 이 사안도 짚고 넘어갈지 주목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논의한 내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며 “앞으로 정기적 협의체를 구성해 올바른 민원문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7일 17개 시·도 및 관계 부처와 '제3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열고 현장 최일선에 있는 민원공무원 보호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위법행위 위험이 큰 일선 시·군·구 주민센터와 민원실 등에 안전요원을 우선 배치하고, 웨어러블캠 등 휴대용 보호장비를 충분히 구비하도록 지자체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민원공무원에 대한 인사·복지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민원인과 민원공무원 모두 존중받는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2024-04-15 17:41:39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껍데기만 있던 ‘공무원 보호장치’ 관련법 강화로 알맹이 채울까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껍데기만 있던 ‘공무원 보호장치’ 관련법 강화로 알맹이 채울까

김포시 공무원이 '좌표찍기'에 따른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악성민원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관련 법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장의 공무원들은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에 공무원 보호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기관 차원의 대응의무가 없어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4법'에 학교장 의무 조항이 담긴 것처럼 일반 공무원들을 위해서도 기관이 앞장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원처리법에는 악성민원인 퇴거조치를 비롯해 업무 일시중단, 고소·고발 지원 등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조항으로도 악성민원을 어느 정도 제재할 수 있으나 '강제성 결여'로 현장 적용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공무원단체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의 민원응대 매뉴얼이 구체화하더라도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지금처럼 기관 자율로 맡겨놓는 한 악성민원 문제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이초 사건으로 거세진 교권보호 목소리에 따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은 참고사례로 꼽힌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민원 처리를 학교장의 의무로 포함했으며, 교원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보호되도록 학교·학교장이 적절한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새로 부여했다. 통화녹음 등의 행동요령을 민원처리법에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행안부 지침은 악성민원에 대한 통화녹음을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는데, 일선 공무원들은 이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해왔다.(3월11일자 온라인 보도=악성민원 막아줄 '통화녹음'… 하고 싶어도 못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빈틈도 살펴볼 지점이다. 공무원을 괴롭히거나 개인적 분풀이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반복하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발생하지만, 피해를 막을 만한 기관 차원의 대응방안이 현행법에는 부재하다. 김포시는 단순 진정·질의까지 정보공개청구에서 처리할 수 있게 규정한 공공기관정보공개법 제11조제5항 삭제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아니거나, 진정·질의를 가장한 무분별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민원처리법 범주에 들면 처리할 수 있게 법조항이 개정됐다"며 “지자체마다 이미 민원전담조직을 갖추고 진정·질의 등의 민원을 접수 중이었는데 정보공개 창구로도 이를 허용해 모든 부서 공무원이 무한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제기하는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에도 일일이 결재를 받아 답변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업무 가중과 사기 저하가 극심하다"고 제도개선 추진 경위를 설명했다. 한편 별도의 지침이 없던 공무원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김포시를 비롯해 화성·오산시, 인천 서·미추홀·부평구, 서울 양천·구로·서대문구, 부산 해운대구, 충남 천안시, 충북 충주시 등이 홈페이지의 직원 실명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사무실 배치안내도의 얼굴사진을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조수현·김우성·변민철기자 joeloach@kyeongin.com

2024-04-11 18:43:15
자택서 심장마비 김포공무원 순직 인정

자택서 심장마비 김포공무원 순직 인정

김병수 시장, 5급 특진 유족 전달9급 공무원 숨진 이후 정부 변화악성민원 수사기관 대처는 엄중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김포시 6급 공무원이 순직(공무상 재해)을 인정받고 특별승진했다.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등진 9급 공무원사건 이후 정부가 일반공무원에 대한 순직을 폭넓게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1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혁신처는 2022년 11월 사망한 김포시청 안전담당관 소속 A팀장의 순직을 지난달 말 최종 인정하고 이달 1일 시에 통보했다. 시는 그동안 A팀장의 순직 인정을 위해 생전 업무수행 내용 등 관련자료를 공무원연금공단 측에 충실히 제출하고, 현장 실사 및 인사혁신처 심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A팀장은 5급 지방사무관으로 특별승진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9일 승진 사령장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위로했다.경찰·소방 등 위험직군이 아닌 일반공무원이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순직을 인정받기 힘들지만, 시는 일반공무원의 희생을 바라보는 정부의 잣대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7일 전국 17개 시도 및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민원해결 전담조직 운영', '민원인 위법행위 대응지침 배포' 등 공무원 업무집중여건 조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일반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 등으로 특별승진했을 시 승진계급으로 재해유족급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시 관계자는 "좌표찍기에 따른 민원폭주에 시달리던 우리 시 9급 공무원이 숨진 사건 이후 지자체 행정에 대한 정부방침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A팀장의 순직 인정도 이 같은 기류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악성민원 문제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처도 엄중해지는 분위기다.인천지검은 협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60대 남성 B씨의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9일 항소했다. B씨는 민원처리결과에 불만을 품고 '공무원 옷 벗고 싶으냐', '형사고소하고 언론에 유포하겠다'며 9개월여에 걸쳐 공무원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검찰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받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공무원을 협박해 업무를 방해하는 악성민원 사건은 앞으로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경찰은 최근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수사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하는 등 피의자 검거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우성·변민철기자 wskim@kyeongin.com지난달 13일 오전 김포경찰서에서 김병수 김포시장과 유세연 김포시 노조위원장이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공무원과 관련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 위해 통합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3.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024-04-10 21:18:02
“공무원 옷 벗고 싶냐” 악성민원인 집행유예 판결에 항소한 검찰

“공무원 옷 벗고 싶냐” 악성민원인 집행유예 판결에 항소한 검찰

검찰이 장기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을 협박한 악성 민원인이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더 중한 형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인천지검은 협박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60대 A씨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개월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여전히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노동청 진정 이후 급여 일부를 지급받았는데도 계속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벽 정도가 심하고 범행 기간이 길다"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피해자를 직무유기 등으로 수차례 고소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2년 7월께 지난해 4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직원 B씨를 10여차례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공무원 옷 벗고 싶냐", “형사 고소장을 제출하고 언론에 제보하겠다"라는 취지로 B씨를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을 협박해 업무를 방해하고,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악성 민원' 사건에 대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2024-04-09 11:12:26
[기획] 민원인 흉기에 찔렸던 9급 공무원… 악몽 속에 사는 '그녀를 기억하라'

[기획] 민원인 흉기에 찔렸던 9급 공무원… 악몽 속에 사는 '그녀를 기억하라'

6년전 용인에서도… 잊힌 악성민원 사건공포, 두려운 '그 사람'의 전화피습, 수술 그리고 트라우마상처, 지켜본 동료들도 피해자 그가 돌아왔다. 9급 여성 공무원을 흉기로 세 차례 찔렀던 민원인이 출소했다. 세상의 관심이 온통 최순실 재판에 쏠리던 시기 용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피해자는 떨고 있다. 모두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당사자의 시침은 다시 6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3일 만난 그녀는 매 순간 이겨내는 중이라고 했다.김포 9급 공무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악성민원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몇 해 전 용인시청 소속 9급 공무원이 동주민센터 민원인의 흉기에 피습당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척추 깊숙이까지 부상을 입고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긴급수술을 받은 피해자는 2년 가까이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이어가다가 휴직 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 복직해 있었다. 겨우 추스르고 있던 어느 날 동료에게서 다급히 연락이 왔다. "그 사람 이쪽으로 다시 오게 된 것 같아."지난 2018년 3월 9일 금요일 오후. 주말을 앞두고 들떠 있을 여느 직장인과 달리 김가영(가명) 주무관은 초조하게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전화로 심한 욕설을 퍼붓던 민원인 A씨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그는 한 달 5만원가량인 난방비 지원문제를 놓고 가영씨를 괴롭히고 있었다. 지원을 안 해주려는 것도 아니었다.그날따라 가영씨는 A씨에게 전화하는 걸 주저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대신 통화를 해주겠다며 가영씨를 위로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난방비가 곧 지원될 것이라고 안내전화를 했더니 A씨가 통화내용을 오해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이날 오후, A씨는 동주민센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김가영이 누구냐'며 소리 지르는 고압적인 모습에 가영씨는 잠시 고개를 떨궜지만, 동료가 자신의 민원에 대응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걸 보고는 신분을 밝히며 일어섰다. A씨는 순식간에 가영씨에게 달려들었다.처음엔 아픈줄도 몰랐다. 숨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원대 아래로 먼저 몸을 피한 가영씨는 부서장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사태가 정리되고 동료들이 바깥에서 애타게 불러도 가영씨는 한참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잠시 후 피로 물든 자신의 옷을 보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등 부위를 세 차례 찔린 뒤였다.장시간 수술을 받고 정신이 들었다. 척추뼈가 골절돼 나중에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와 비슷한 연배의 동료가 위문을 왔을 때 가영씨는 이불을 덮고 몸을 숨겼다. 욕설 퍼붓던 A, 통화후 주민센터 찾아와순식간에 달려들어… 몸 숨겼지만 '출혈'"걷지 못할수도 있다"… 위문조차 외면수년 지났지만… "매 순간 이겨내는 중"초임지서 비극… "가장 씩씩했던 직원"지금은 사무실 문만 열려도 놀라 '움찔'당시 함께 있던 직원들도 '자책의 나날'"나와 같은 일 안돼" 용기 내어 목소리이후로 달라진 건 없었다. 가영씨의 삶만 달라졌다. 동주민센터는 가영씨의 초임지였다. 출판일을 하다 남다른 뜻을 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뒤 공직에 발을 들였다. 동료들은 가영씨가 주민행사 사회를 맡을 정도로 가장 씩씩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랬던 가영씨는 지금 불특정 다수를 마주쳐야 하는 대중교통조차 버거워하고, 사무실 문만 열려도 움찔거리는 사람이 됐다. 동료들도 집단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외부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남성 동료는 자신이 자리를 비워서 그랬다고, 또 다른 동료는 자신이 빨리 뛰어 나가지 못해서 그랬다고 자책했다. 사건을 목격한 동료들은 이 같은 악몽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했다. 가영씨를 오래 지켜본 한 동료는 "공무원의 의무는 민원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을 함부로 막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 공무원을 하대하는 인식이 악성민원으로 이어지고 악성민원이 폭력적으로 진화하는 사례를 숱하게 겪었다"고 지적했다.이어 가영씨 사건이 조용히 묻힌 데 대해 그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안 죽었으니 다행'이라는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기계적인 휴직기간 설정이라든지 부서배치 문제 등 공무상 발생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국가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가영씨는 올해 초 법무부로부터 A씨가 출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가영씨의 몫이었다.출소했다는 사실 외에 A씨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었다. 시청 조직도상 가영씨의 신상정보는 블라인드 처리돼 있지만, 재치료와 휴직을 혼자 고민하고 있다. 동료들의 배려를 한정 없이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그런 와중에도 가영씨는 직장에 누를 끼치지 않을지 걱정했다. 가영씨는 "청원경찰 배치를 강화하고 민원인의 청사출입이 일정 부분 통제되는 등 시 차원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며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버텼지만, 피해 당사자를 위한 제도는 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가영씨는 그러면서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한 건, 나와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김포 공무원이 세상을 등진지 꼭 한 달째, 또 다른 곳에서 숨죽이고 있던 악성민원 피해자의 목소리였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큰 부상을 입고 트라우마를 안게 된 가영(가명)씨가 아픈 기억을 더듬고 있다. 가영씨는 동료공무원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2024.4.4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024-04-04 20: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