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4·8 광주선언'…호남 되돌리려 '정치생명' 걸었다

정계은퇴 배수진…정권교체 요건으로 호남·非호남 협력 호소
국민의당에 "구시대·분열적 정치인" 비난…성적표가 거취 변수

연합뉴스

입력 2016-04-08 19: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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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8일 호남의 심장부 광주에서 '4·8 광주선언'을 통해 정계은퇴 배수진을 치고 호남의 반전을 꾀하기 위한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의당과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당초 그의 광주행을 반대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설득한 끝에 정치생명을 건 채 광주행에 오르는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가 반문(반문재인) 정서의 확산을 우려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문 전 대표는 반문 정서의 진앙지로 꼽히는 광주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정면돌파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결과다.

여기에는 광주 선거 전패 우려감마저 감도는 상황에서 호남의 주도권을 다시 쥘 극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총선 패배는 물론이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지위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대선불출마는 물론 정계은퇴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호남의 선택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런 탓인지 문 전 대표는 이날 감성과 논리를 섞어가며 호소하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면서 광주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자신을 겨냥한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는 자신의 삶 궤적을 털어놓으면서 강한어조로 반박했다. 주변에서는 광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해성사'를 했다는 평가도나왔다.

그는 대선 패배, 당의 분열, 야권연대 실패 등 자신의 실책을 거론한 뒤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 "못난 문재인"이라며 몸을 한껏 낮추며 용서를 구했다. 연설 중간중간 목이 메이기도 했고, 5·18 민주묘지에서는 무릎까지 꿇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덧씌워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은 오해이자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라고 표현하면서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을 포함한 영남 민주화세력이 전라도니 빨갱이니 핍박받으면서도 호남과 잡은 손을 놓지 않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탄생했다고 역설했다.

호남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호남만으로도 안되고, '친노(친노무현)'만으로도 안되기 때문에 양측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이날 일정에 동행한 것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호남에 형성된 반문 정서의 실체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에 속한 호남 정치인에 의해 왜곡·증폭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호남지역의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을 겨냥해 "호남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하는 구시대적 정치", "호남 민심을 왜곡해 호남을 변방에 가둬두려는 분열적 정치인"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호남인에게 지역 정당이란 불명예를 안기면서까지 그들만의 영달을 쫓는 세력이 이 신성한 호남 땅에서 더 이상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달라",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호남을 벗어나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호남 바깥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정당에 힘을 모아준다면 결국 야권을 분열시키고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결과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입장 표명은 총선 결과에 자신의 거취를 연계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정치적 천명에 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자신의 '세번째 죽을고비'라고 언급해왔고,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문 전 대표 측은 "총선 성적표를 통해 호남이 지지를 했다, 안했다는 평가가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지지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문 전 대표가 판단할 사항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는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 있겠느냐. 오늘은 말씀 드린 그대로 해달라"며 "다시 출발하는 상황으로, 시민들께 호소하는 심정으로 온 것"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문 전 대표는 당초 호남 방문을 보다 이른 시점에 추진하려 했지만, 광주행을 반대한 김종인 대표를 설득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총선을 닷새 앞둔 이날에서야 실행에 옮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총선이 안 되면 그다음 꿈도 꿀 수 없다"며 부정적입장을 표출했지만, 이날 문 전 대표의 광주 발언이 전해진 후 "진솔한 자기 신념을 표출했다. 광주시민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달라진 반응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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