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융단폭격 떨어지는 ‘온라인 좌표찍기’…알고도 당하는 공무원들

조수현·김우성 기자

입력 2024-03-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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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공개 피해자, 인신공격글에 무방비 노출

한번 표적 오르면 벗어날 수 없고 빠르게 확산

“피해자엔 심대한 위협, 트라우마 겪을 수도”

“관공서 차원 법률적 고민 등 보호체계 필요”

김포

김포시가 청사 앞에 마련한 추모공간에서 동료직원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4.3.7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가 숨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속칭 ‘좌표 찍기’(3월5일자 인터넷판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는 이름과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인을 격려·응원하려는 목적도 더러 있으나 대개 비난을 유도하기 위한 부정적인 의도로 사용된다.

A씨는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카페에서 ‘좌표’가 찍혔다. 지난달 29일 밤 김포한강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졌는데, 이 공사가 A씨 담당업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타깃이 된 것이다. 그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실명과 소속부서·직통전화번호 등이 공개된 채 온라인상에서 ‘정신 나갔네요’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랍니다’ 등의 인신공격성 폭격 글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온라인 특성상 게시글이나 댓글로 한번 표적에 오르면 쉽게 벗어날 수 없고 확산 속도 역시 걷잡을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한순간에 추락한 인격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같은 민원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무원들에게 지속적인 심리상담 등 기관 차원의 포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단순히 인정받거나 주목받고 싶어 공격적인 글을 쓰는 게 온라인에 퍼진 일반적인 정서라면, 그런(악성민원을 겪는) 일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대한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2차 가해를 피하지 못하고 트라우마까지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어처구니없는 억지 민원 전부를 당장 피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폭넓게 지원하는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정당한 공무행위 속 갖가지 모욕을 겪으면서도 제도적인 해법을 고민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포시와 김포시청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악성민원으로 가중된 심적 부담을 자택 컴퓨터에 글로 수차례 남기면서도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이 같은 고충을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만이나 민원이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수 없지만, 특정 개인을 지목하는 방법은 통상의 민원과 다르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나아가 온라인에서 행위가 반복·지속적일 경우로 처벌이 강화된 스토킹처벌법으로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관공서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이 없다는 건 짚고 넘어갈 만하다. 범죄이기 앞서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률적 고민 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응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포시는 A씨에 대한 ‘좌표 찍기’가 벌어진 온라인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는 자문변호사와 함께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증거자료도 수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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