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가평 '30년 정치 토박이' vs '90년생 중앙 신인'

오수진 기자

발행일 2024-04-05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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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격전지를 가다] 박윤국 vs 김용태


朴, 군·도의원 거쳐 군수·3선 시장 역임
지역구 인지도 80% 육박 "정권 심판하자"

金 "최고위원 경험… 변화가 필요" 강조
'젊음' 선거 자신감 "국책 프로젝트 완수"

포천 송우리 유세치열… 가평 집중공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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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용태 후보가 3일 길을 가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3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경기도에서 몇 안되는 '보수의 한 축' 포천가평. 1990년생 젊은 중앙 정치인(前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30년간 포천에서만 정치를 한 지역 토박이의 맞대결이 한창이다.

보수의 '따놓은 당상'일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물밑에서 조용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포천가평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여당 우세지역이던 이곳이 청년 중앙정치인과 관록의 지역 정치인의 대결로 단단한 성벽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어서다.

21대 국회에서 90년대생 지역구 국회의원은 전무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가 당선이 되면 22대에선 첫 90년대생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보수가 잡고 있던 포천가평 지역구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될 전망이다.

"용태 아저씨 잘생겼어요!"

지난 3일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사거리에는 유세 중이던 국민의힘 김 후보를 향해 여고생들이 소리쳤다. 유세 음악에 맞춰 여고생들은 유세원들과 하나가 돼 율동을 신나게 따라췄다. 그 모습을 보던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유세 차량에 올라있던 김 후보도 아이들의 환호성에 손을 흔들며 힘차게 화답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포천에서 젊은 후보의 등장만으로도 지역 분위기는 괜히 달라졌다. 학생들은 유권자는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친근하고 자신들과도 의견을 공유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부모님께 자신들의 의견도 말하겠다고 했다.

송우리 내 한 초등학교에서 안전지킴이로 근무 중인 한모(82)씨는 "난 옛날부터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믿고 있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 나이가 어린 점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국민의힘 후보는 늘 믿는다"고 말했다.

한 씨의 말처럼 김 후보는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젊음'을 인정했다. 오히려 적극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후보의 캠프 슬로건은 '힘있는 변화, 함께 하는 미래'다.

김 후보는 "저는 젊고 활기차다. 상대 후보님과 다르게 중앙정치 경험이 있다"며 "국책 프로젝트들을 완수하려면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여당 후보로 저는 청년이지만, 단수공천이 아닌 5자 경선에서 국민이 뽑아 주셨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열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윤국 후보는 어떨까. 젊다는 것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은 오히려 포천에서만 내리 정치를 해왔던 박 후보에 호감을 보였다.

박 후보는 군·도의원을 거쳐 군수와 3선 시장을 역임했다. 당시 옥정~포천 7호선 연장사업,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개통, 양수발전소 유치 등 지역의 산적한 숙원사업을 추진해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포천가평 지역구 인지도 조사에서 박 후보는 80%에 육박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박 후보는 "과거 여야를 뛰어넘어서 SOC 국책사업을 지역이 발전하는데 과감한 정책을 실현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젊고 나이가 많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으로 가는 것 같다. 유권자가 실망한 것이 마치 용솟음치듯 분출되고 있어서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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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가 4일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2024.4.4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 송우리만 이기면 무조건 이긴다?


두 후보 모두 소흘읍 송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소흘읍은 포천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있다. 포천 14만3천여명 중 4만3천여명이 모여 지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분포돼 있어 '송우리에서 이기면 무조건 이긴다'는 정치권의 뒷이야기도 있어서다.

하지만 송우리에는 학교, 상업시설 등 번화가이기도 하면서도 연령별 민심도 제각각이었다. 60대 이상은 여당에, 2030대는 "요즘 투표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날선 반응이었다. 또 4050대는 정부 여당에 반감이 컸다. 보수정당 지지자이면서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 국민의힘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는 이도 상당했다.

송우리사거리에서 만난 20대 한 남성은 "꼭 투표를 해야 하는 건지를 잘 모르겠다"며 "정치인들은 왜 막말을 그렇게 하느냐. 먹고 살기 힘든데 뉴스를 보면 화만 난다"고 했다.

주민 지모(49)씨는 "포천에도 중소기업만 들어오게 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 등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기업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며 "지역 인프라가 부족하니 신혼부부들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후보들도 포천가평지역의 정주여건 개선 등을 약속하고 민심을 달래며 시민들을 만났다.

박 후보는 포천GTX-C 노선 조기 완공, 접경지역지원법 포함 등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및 민자유치, 국립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유치 등을 공약했다.

박 후보는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평도 집중 공략 중이다. 박 후보는 "포천 군수 재임시절 과감하게 해왔던 경험이 보수세가 강한 가평군에서도 박윤국 정도면 검증 받은 사람이기에 가평을 변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포천의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과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드론 및 UAM 산업 육성, 고속 교통망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가평은 교통문제 해결과 의료 인프라 개선을 제시했다. 특히 가평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만큼 접경지역 지정을 통한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등 관련 문제 해결에도 애쓰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포천좋은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이너텍시스템즈에 의뢰해 3월 31일~4월1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7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 김 후보는 49.8%, 박 후보 42.5%를 기록해 7.3%포인트차로 앞섰다. 이는 지난달 20일 포천뉴스-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인 2.2%p차보다 더 벌어진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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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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