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망사건 그후] 전화 먼저 끊는다고 악성민원 끊어질까… 정부 '공무원 보호 대책'

김우성·조수현·변민철 기자

발행일 2024-05-03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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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협박땐 1차 경고후 통화종료

권장시간 설정 부당요구때도 가능
과다 정보청구, 심의후 종결 추진
'성명 비공개' 권장… 기관 자율로

보호 미이행 기관장 처벌은 '검토'
대응 예산·인력 보충 없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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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원인 폭언시 공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등 악성민원 방지 대책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현장에선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경기도청 열린민원실 모습. /경인일보DB

앞으로 민원인이 전화로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을 수 있고, 과다하고 반복적인 정보공개청구 민원의 경우 종결이 가능해진다.

민원폭주에 시달리던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사상 첫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을 고심해온 정부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원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1차 경고하고, 그래도 폭언이 이어질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때도 통화를 끊을 수 있다.

방문 민원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정하기로 했고, 온라인 민원창구로 단시간에 대량 민원을 신청해 업무처리에 지장을 준다면 시스템 이용에 일시적 제한을 둔다.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도 추진된다. 동일 내용 민원이 반복 제기될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보완한다. 동일 내용인지 판단할 때 내용뿐 아니라 민원 취지·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이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청구도 자체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 개정에 나선다.

이번 대책에는 공무원들이 요구해온 악성민원 예방 수단도 담겼다.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좌표찍기'로 악용되는 등 온·오프라인상에 무분별하게 공직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무원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공무원 성명이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현장 공무원들의 우려가 일부 남는다. 별도 예산과 인력 보충에 대한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기관마다 악성 민원 전담 대응조직 등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대책에서 전담 대응팀 구성은 '권장' 사항으로 돼 있어 기존 관련 업무를 하던 법무계나 민원실에서 형식만 갖춘 반쪽짜리 대응팀이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위법 행위에 대한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을 강제할 만한 제도 보완책이 빠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악성민원에 대한 기관의 법적 대응을 '원칙'으로 했지만,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장이나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은 '검토'한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인력·예산이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고, 처벌조항에 따른 기관장 의무가 없어 기관장이 핑계로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악성민원 예방·대응책 마련을 통해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성·조수현·변민철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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