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삶 선율따라 퍼지는 행복바이러스
非 전문 연주자의 음악하기 적극적 행보


#청중이 자리를 잡고 100여명의 연주자들이 자신의 악기를 가져와 준비 태세를 갖춘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면 곧바로 음악(관현악)이 울려 퍼진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각각의 청중은 이미 타계한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에 귀를 기울인다.

#수만명의 함성, 수만쌍의 손바닥이 마주쳐서 만들어내는 박수가 대규모 경기장을 메운다. 무대 조명과 요란한 악기 소리, 유명 아이돌그룹 등 K-팝 스타의 등장으로 관중의 함성은 더욱 커진다.

#교회의 오르간 주자가 익숙한 찬송가 선율의 첫 부분을 연주하자 회중의 노래가 시작된다. 또한, 어느 실외 집회에선 수만명의 남녀가 우렁차게 애국가를 부른다. 찬송가와 애국가 제창 모두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자신과 조국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있다.

#어느 주말 아침, 한 주부가 이부자리를 개며 흘러간 옛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사가 맞는지 틀리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다양한 환경과 행위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된 소리들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자리하게 된다. 음악은 사물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추상화의 결과이다. 음악학자이자 교육자인 크리스토퍼 스몰은 ‘음악’이 아닌 ‘음악하다(to music)’에 집중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뮤지킹 음악하기’(조선우·최유준 역, 효형출판)에서 ‘음악하다’를 일정한 공연에서 연주를 하든, 감상하든, 작곡 등 연주를 위한 재료를 제공하든, 이와 함께 춤추는 행위까지 각자가 가진 능력 만큼 그 공연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음악하기’를 음향 매체를 통해 일어나는 인간들 사이의 만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공연의 비수기인 여름을 지나 성수기인 가을로 진입하면서 공연물의 수가 늘고 있다. 또한 일상에서 ‘음악하기’를 실천하는 대중 또한 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악 수요가 많은 절기의 특성상 전문 연주자가 아닌 일상에서 ‘음악하기’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 횟수도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병원 로비와 야외 공연장 등 공간만 있으면 보수와 상관없이 청중과 어우러지며 ‘음악하기’에 열중한다.

그만큼 음향 매체를 통해 일어나는 인간들 사이의 만남은 보다 빈번히 일어나면서 ‘음악하기’ 바이러스도 퍼져나간다.

인천지역 최대 통기타 동호회로 매달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 인천통기타마을의 권혁태(61) 회장은 “각박한 삶 속에서 통기타 선율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며 “통기타를 연주하는 우리나 옆에서 즐기는 청중까지 서로의 만남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