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새벽 만안노인복지관 도보 출근
18년째 2만여시간 활동 각종 상 수상
전쟁의 아픔 거울로 헌신하는 삶 소망


‘백설이 휘날리는 대암산 산정에서 나는 너의 행동을 일일이 관측하였도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대암산 전투에 학도병으로 참가했던 20대 청년이 남침하는 중공군과 맞서 싸울 때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생사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시인을 꿈꿨던 20대 청년은 어느덧 자신 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80대 백발의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주인공은 안양동에 거주하는 신봉섭(85)옹. 그는 국가유공자이면서 ‘안양의 자원봉사왕’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1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친 뒤 지난 1998년 1월 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그는 지금까지 봉사활동에만 총 2만 시간이 넘는 세월을 할애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안양시장으로부터 자원봉사왕 인증패를, 2011년에는 경기도 자원봉사대회 금자봉이 인증패를 수상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두 번의 아픔을 겪어온 그는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남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고 조언했다.

산수(傘壽)를 훌쩍 넘긴 그는 지금도 매일 2㎞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만안노인복지관으로 출근,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5시간 이상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주로 하는 봉사는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 및 의료시설 안내 등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매일 오전 7시께 복지관에 제일 먼저 도착, 문을 개방한다.

그는 “노인들은 아침잠이 없어 일찍 복지관을 찾는다. 내가 조금 덜 자고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의 불편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원봉사를 제대로 하려면 개인 이기주의를 버리고 봉사정신에 입각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과 한국전쟁을 거친 노인들의 대부분은 어려운 시절을 겪다 보니 교육에 대한 갈증이 아직도 남아 있고, 남에 대한 호의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노인대상 봉사는 이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해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전쟁 당시 하나둘 쓰러지는 동료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목숨이 유지되는 한 남을 위한 삶을 결심했다”며 “힘닿을 때까지 봉사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양/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