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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부족해도 일상 소재로 촬영
“앞으로도 인천 무대로 찍을 것”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영화다.”

인천아트플랫폼 6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백승기(33·사진) 영화감독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영화에 대한 철학이다. 백 감독은 인천을 무대로 한 SF영화 ‘숫호구’(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작)의 감독이다.

그는 “누구나 일상에서 영화를 만들고 또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많은 사람이 나의 작업을 지켜보며 용기를 얻어 영화라는 예술을 생활 속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충북 괴산. 하지만 그는 자신을 언제나 ‘인천사나이’라고 소개한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인천 만석동에 정착한 이후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나온 그에게 인천은 고향이나 다름 없다.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술 교사라는 안정된 길을 갈 수도 있었던 그가 영화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지난 2005년 친구 셋과 함께 동네 영화사 ‘꾸러기 스튜디오’를 차린 이유도 그런 철학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야심차게 영화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가 가진 것은 동인천역 인근에 있는 월세 15만원 짜리 사무실과 촬영 장비라곤 70만원 짜리 캠코더가 전부였다. 장비도 돈도 없었지만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고향 인천이 있었기에 자신감은 넘쳤다. 그는 자신의 영화 철학처럼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해 단편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 ‘다빈치코드’가 유행할 땐 인천의 사찰을 돌며 ‘달마도코드’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동인천역 주변에서는 그곳을 세트로 삼아 ‘은하전철 999’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걸로 전부였다. 사람들은 그냥 재밌는 UCC 이상으로 봐주지 않았다. 각종 영화제에서는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고 아무도 영화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래도 백 감독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아예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구멍가게를 고쳐 극장을 열어 작품을 내걸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영화 ‘숫호구’로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그동안 그를 지켜본 동네 분들이 영화 촬영 기간 먹여주고 재워주고, 배우와 스태프들은 재능 기부로 영화에 참여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가 숫호구였다.

백 감독은 “지금까지의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작품에도 고향 인천과 인천의 사람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고향 인천에서의 도전을 많은 분께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