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 개별관광 자원 발굴 부족해
개항 활용 ‘차별화 공간’ 조성 1차목표
서울 직행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
인천도 ‘Must-see’ 콘텐츠 개발해야
◈관광공사의 역할과 수익사업 견해
의료·항만분야 등 각 부서 일 ‘뒷받침’
市 추진사업 관광관점으로 접근·활용
수익보다 공적 기능 우선 공익형 기업
단계적 市 재정지원 줄이기 방안 고민
황준기 신임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2일 관광공사 출범식에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출범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범식 다음날인 23일 만난 황준기 사장은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인천관광공사 설립과정에서 있었던 반대의견을 경청해 공사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관광공사 출범 초기에는 우려가 안심으로 바뀌는 것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황준기 사장은 인천관광공사의 역할을 ‘모자이크’(Mosaic)에 비유했다. 그는 몇몇 사업을 가지고 수익을 내는 공기업이 아니라 인천시, 민간단체·기업 등 관광분야 관련 여러 주체가 조각 맞추듯 ‘인천 관광’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사장 임용 전 관광객으로 인천을 방문한 적은.
사실 공직생활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했고, 4년 가까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인천에 올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경기관광공사 재직시절 인천이 수도권 마케팅 파트너이면서도 경쟁대상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다.
인천관광공사 사장 공모에 도전하기 전 중구 신포시장에서 동인천 상가, 차이나타운 등지를 3시간 정도 걸으며 둘러봤다. 소래포구도 가봤다. 인천은 참 재미있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절경을 가지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충분치 않은 측면이 있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멋’은 걸어 다니며 즐길 수 있는 ‘도시관광’이 핵심인데, 특히 인천 구도심은 특이한 재미가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등 돈을 많이 들여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역사가 녹아있는 공간을 잘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도시관광이다. 잘 만들면 관광객의 ‘니즈’(needs·수요)를 충족시킬 요소가 꽤 많다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찾아야 외국인 관광객도 찾는다는 생각이다. 유커도 최근 굉장히 영리해져서 썰렁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 단체 패키지 관광이 아닌 개별 관광(FIT)을 하는 유커 비율도 이미 50%를 넘어섰다. 제주도에 있는 맛집을 혼자 찾아가 줄을 서서 먹는다거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등 이른바 ‘핫 플레이스’도 다 찾아다닌다.
스마트폰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고, 대중교통도 편리해졌기 때문에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걸어 다니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인천도 이 같은 개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아직 발굴하지 못한 게 많다.
우선 구도심이 가지고 있는 개항의 역사 등 다른 곳엔 없는 독특한 콘텐츠와 연계해 국내외 관광객 모두가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중구 구도심 일대가 보행환경이 나쁜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인천공항 환승객과 크루즈 관광객 유치도 과제다.
공항 환승객과 크루즈 관광객 유치는 가장 괴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공항에 내리는 사람 대부분이 곧바로 서울로 간다.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에 내리는 사람이 선택 관광을 하는데, 10개 중 1개 정도인 인천관광은 그나마 인기가 없다. 이는 인천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원인이다.
경기관광공사에 있을 때 중국으로 로드쇼나 세일즈를 가보면 국내로 5만명 이상 관광객을 보내는 대형 여행사 관계자조차 경기도를 몰랐다. 대한민국 어디를 아느냐고 물으면, 서울과 제주도만 안다. 서울 어디를 가봤는지 물으면 용인 에버랜드, 파주 DMZ 등 10곳 중 4~5곳은 경기도다.
관광하는 입장에서는 그곳이 인천인지, 경기도인지, 서울인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콘텐츠로 승부를 겨루는 것인데 인천에는 아직 ‘Must-see(꼭 봐야 할 것)’가 부족하다.
한국 또는 수도권의 ‘Must-see’ 10곳 중에 인천이 2~3곳 들어가도록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중국 여행사에 인천의 ‘Must-see’ 정보를 주고 팸투어 초청 등을 하면 공항 환승객이나 크루즈 단체 관광객 관련 상품이 나오게 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강조하는 관광자원 중 하나가 168개의 섬이다.
아직 인천 섬을 둘러보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섬이 많으면서도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나라도 드물다. 섬은 자연경관과 더불어 문화가 입혀져야 한다. 섬에 문화를 입히는 데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인천 섬은 아직 교통도 불편하다. 우선 섬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린 후 돈과 시간, 성의와 정성을 들여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관광이란 게 마치 모자를 들고 있는 것과 같아서 ‘의료’에 씌우면 의료관광이 되고, ‘뷰티’에 씌우면 뷰티관광이 된다. 의료의 품질이 좋으면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이 인천에 온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이외의 시간에 즐겁게 돈 쓰게 만드는 것이 관광이다.
의료분야·항만분야 등 인천시 각 부서가 산발적으로 하는 일들이 관광이라는 큰 그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협력하는 게 관광공사의 역할이다.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관광이라고 의식하지 못해도 관광공사는 그것을 관광의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행정고시 23회 동기인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인연을 궁금해 한다.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같이 공직생활을 한 동기다. 당시 내무부(현 행정자치부)에 30명 남짓이 지원해 각 시·도로 흩어져 일하다가 사무관 시절 내무부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도 했다. 1994년 1월 유정복 시장이 경기도 기획관을 하다 김포군수로 가고, 나는 내무부에 있다 연천군수로 갔다.
그러다가 유 시장은 민선 자치단체장을 지냈고, 나는 공무원으로 쭉 일하다가 공무원으로 졸업했다. 유 시장이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개인적인 교류는 있었다. 서로 워낙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관광공사는 출범 과정에서 인천시 재정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불투명한 수익사업 계획에 대한 지적도 있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다. 행정경험과 지방공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자면, 공기업은 수익형 공기업과 공익형 공기업을 구분해야 한다.
인천관광공사는 관광분야 인프라와 마케팅을 지원해 주는 공익형 공기업이다. 관광공사가 돈을 벌려면 민간 관광요소와 맞서 경쟁해야 하는데, 그건 적절치 않은 방향이다. 하버파크호텔처럼 그 장소에 호텔이 필요하지만, 수익이 나질 않아 공공에서 지은 것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이 잘 난다고 하면 매각 등을 통해 민간에서 운영토록 하면 된다. 관광공사는 공적기능이 수익 창출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정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인천관광공사가 시 재정부담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시 재정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안을 여러 각도로 고민할 것이다.
▲ 1955년 서울 출생
▲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 1981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 2004~2006년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 2006~2007년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본부장
▲ 2008~2009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비서관
▲ 2009~2010년 여성부 차관
▲ 2011~2014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 2015년 9월~ 인천관광공사 사장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