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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접경지 거주민 84% 경기·인천 분포 군사도발·대치상황마다 불안
‘평화 정착’ 희망 속 협력기금 조성… 대부분 인도적 사업에 쏟아
2010년 5·24조치후 대북지원 막혔지만 8월 고위급 합의 새국면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전후로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사업이 본격화됐다. 경기도는 2002년 양강도에 경운기 200대, 지붕개량재 1만9천200장 등 10억원 상당을 지원하면서 남북 교류의 첫 발을 내디뎠다.

1999년 이후 매년 감귤을 북쪽에 보내는 제주도, 같은 접경지역으로 2000년 못자리용 비닐 지원사업을 시작한 강원도에 이어 3번째로 경기도는 대북 사업에 나섰다.

인천시는 2005년 도로 포장에 쓰는 피치(Pitch) 1만t, 건물 도색용 페인트 124t 등 30억원 상당의 건설 자재를 북측에 전달하면서 남북 교류 사업을 시작했다. 인천은 2005년 아시아 육상 경기 선수권 대회 때 북한 선수단 참가를 계기로 북한과 교류의 물꼬를 텄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지난 10여년 간 남북 교류 협력 기금을 조성해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했고 각각 235억원, 114억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대부분 인도적 사업에 투입됐다. 지자체 남북 교류 사업은 지난 2010년 5·24 조치 후 중단되다시피 했다. 정부의 대북 조치에 따라 지자체의 대북 지원 통로 역시 막혀버렸다.

경기도와 인천의 남북교류 전담 부서는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수년간 ‘개점 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남북 고위당국자 합의 후 새 국면을 맞았다.

경기도와 인천은 강원도와 함께 접경 지역 지자체에 속한다. 비무장지대, 서해 북방한계선과 맞닿은 민통선 이남 25㎞ 이내의 지역으로 경기도 동두천시,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양주시, 포천시, 연천군과 인천시 강화군, 옹진군 등이 접경 지역이다.

국내 접경 지역 면적의 절반가량인 4천609㎢, 접경지 거주민의 84%인 223만9천명이 경기·인천에 퍼져 있다. 경기·인천의 접경지역은 ‘북한의 도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분단 체감도’가 다른 곳보다 높은 곳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불안에 떨었던 연천군, 지난 2010년 북한군의 포 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연평도 등 크고 작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남북 대치 상황이 접경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접경 지역 지자체가 남북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궁극적 이유는 ‘평화 체제 정착’에 있다. 남과 북의 통일이 곧 이뤄질 것이란 전제 아래 중장기적 전망 속에서 지자체가 교류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등 통일 이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독일 통일 이전 동·서독 지자체의 경제·인력·행정 교류가 통일 이후 사회 통합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접경 지역은 오랫 동안 군사 규제 등에 묶여 있어 주민들이 남북 교류 등 대북 사업을 통한 개발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내륙 접경 지역의 남북 교류가 활성화됐던 시기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 도로·철도 연결 등 이른바 ‘3대 경제협력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와 겹친다. 정부 차원의 경제·관광·도로 인프라 구축 사업과 함께 지자체의 남북 민간 교류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도, 인천 등 접경 지역 지자체의 대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남과 북이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남과 북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교류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지자체 남북 교류의 효시인 제주도의 감귤 지원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감귤 가격을 안정화시키면서 북한 주민에게 고품질 감귤을 보내줄 수 있었다.

경기도는 남북 접경지역 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말라리아 공동방역을 2008~2011년 진행했지만, 2012년 이후 중단됐다.

또 다른 지자체의 남북 교류와 중복되는 사업의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체육행사 개최, 영유아 지원, 농자재 지원 등의 사업처럼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교류 사업의 경우 특화된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가 북측에 일방적으로 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개성공단처럼 남북의 교류 당사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밖에 전시성·일회성 교류 사업 지양, 남북교류 담당 공무원 전문성 강화 등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연구원 이상대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의 접경 지역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접경지역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고 교류가 증진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합을 조금씩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래·박경호·권준우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