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압, 굴하지 않았던 강인함
1863년 정착한 13가구 농업시작 시초
5년 지나 800가구 모여 ‘한인촌’ 형성
연해주 일대 돌아다니며 독립 힘모아
■사할린 동포에 심어준 한국의 위상
경기도 태권도시범단, 현지서 “태·권”
품세·고난도 격파등 관람객 이목집중
일부 고려인 눈시울… 박수·함성 화답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지킨 고려인’.
나라를 뺏긴 어려움 속에서도 풀뿌리 정신으로 70년의 한민족 역사를 지킨 고려인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들은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고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모았다.
우리에게 잊혀졌던 고려인들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정립되고 있다.
고려인은 러시아에서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를 지킨 고려인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에 따르면 고려인들은 1863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당시 함북 경원 출신 최운보, 양응남 등 2명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러시아 연방 시베리아 동해의 연안에 있는 지방 이름) 치신허 마을에 정착하면서 13가구가 농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1년 만에 60가구 300여 명으로 늘어났고, 5년 뒤에는 800가구가 모여 한인촌을 형성했다.
고려인들이 러시아로 갔던 이유는 빈곤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제의 강제 병탄 때문에 조국이 사라지는 아픔을 맞았다.
이에 고려인들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효율적인 독립을 위해, 항일투쟁을 위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넘어갔다. 연해주는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을 결의한 곳이며 항일 열사들과 혁명가들이 본거지를 차리며 독립투쟁을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강압에 대해 고려인들은 굴하지 않고 더욱 힘을 모았다. 강인함과 성실함, 지혜로움은 우리의 근본이었기 때문이다.
구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새로운 차별에 다시 한 번 울었지만, 그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와도 수교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살아왔다.
고려인들은 현재 연해주 인구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재정착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 150년 동안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에서 온갖 시련을 딛고 성공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러시아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4일. 러시아 유즈노 사할린주 사할린스크시 실내체육관. 이곳에는 한국에서 날아 온 태권도시범단(경기도 태권도시범단)이 고려인들과 사할린스크 시민들에게 우리 전통의 무예인 태권도를 알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무엇보다도 태권도는 다른 무술과 달리 5대 정신(예의·염치·인내·극기·백절불굴)이 포함돼 있어 종합격투기(MMA), 공수도(가라데)보다도 러시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무예 종목이다.
도 태권도시범단은 ‘광복 70년,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2015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인의 위상을 러시아에 알렸다. 선수들은 정확한 품새와 고난도 격파, K-POP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는 등 30여 분간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의 공연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힘들게 살아온 사할린 동포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끝나자 고려인들과 사할린스크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이들을 격려했다. 일부 고령의 고려인들은 선수들의 멋진 동작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눈시울을 붉히면서 지나온 아픈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회를 주관한 오스트로브 무술학교 천은곤(천 알렉세이) 이사장은 “머나먼 이국땅에 있는 고려인들은 큰 발전을 이룬 한국을 보면서 자긍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고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으로 이곳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