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_이상수 노동부 전 장관과 김지환 도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이 김지환 경기도의원에게 “정치인의 열정은 단순한 노력이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조언을 하며 비가 내리는 서초동 거리를 거닐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신(김지환) : 신당창당 문제에 대해 원로들이 나서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조언 해야하는 것 아닌가

구(이상수) : 요즘 정치는 신의가 없어 이해관계 따라 움직여… 지역 뛰어넘어 ‘개혁정당’으로 가야하는 데 아닌 것 같아 아쉬워

신 : 소신과 당론사이에 괴리 생겨…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고민

구 : 올바른 결정위한 판단력 중요… 민원 접할땐 가슴으로 들어야


# 만남

정치분야 ‘신구’ 대담자는 이상수(68) 전 노동부 장관과 김지환(35·새정치·성남8) 경기도의원이다. 이 전 장관은 광주지방법원 판사와 3선 의원, 노동부 장관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우성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12일 한 언론사에 실린 변호사 개업인사 광고를 보면, ‘인권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문안이 눈에 띈다. 실제 이 전 장관은 정계 입문(1988년 13대 총선) 전에 부천경찰서 권인숙 양 성고문사건, 대우옥포조선소 근로자 사망사건의 변론을 맡는 등 인권변호사로 맹활약했었다.

자신의 정치 이력을 ‘행운’이라고 겸손하게 소개하는 이 전 장관은 핵심 당직을 두루 거쳤다. 대변인을 비롯해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당시 후보)의 대선 자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총무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의 한 중심에 서지 않고서는 짊어질 수 없는 무게다. 그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개선하는 헌법개정 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올 오아 나씽 (All or Nothing)’ 게임으로 대변되는 국내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김지환 도의원은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 128명 중 최연소다. 의원 배지를 단지 4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18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최한 ‘2014 매니페스토(지방선거부문) 약속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모처럼 가을비가 내린 지난 1일 서울시 서초동 법무법인 우성 사무실에서 이 둘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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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원로에게 묻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일고 있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 “원로들이 당(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조언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요즘 지도부들이 원로들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웃음)”며 “정치에 ‘신의’가 없어졌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게 요즘 정치다. 참 아쉽다. 하지만 (조언을) 표출할 기회가 있으면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신당이 지역을 뛰어넘어 또 다른 ‘개혁정당’으로 가야 하는데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 구조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낙천한 경험이 있다. 당을 위해 치른 옥고인데 일명 ‘비리혐의자’로 둔갑돼 내쳐진 것이다.

원로는 야당의 무기력함을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정치 어젠다를 주도하고 세팅하지 못한다. 정작 중산층, 서민의 당이라고 하는 (새정치연합)당의 노동정책을 모르겠다”며 “당내 입지만 강화하려 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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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어 청년의 어려운 정치참여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정치 신인인 청년의 경우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시간도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의회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의회정치에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청년의 입장이 대변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에 청년 몫을 보장하고 경선 때 가점을 주는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전략 공천을 할 때에도 청년후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의 장점으로 “젊고 참신함을 무기로 열심히 하면 의정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김 의원은 ‘소신’과 ‘당론’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최선’을 추구하지만 ‘차선’에 만족하는 정치의 속성을 해답으로 꺼냈다.

그는 “상반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끼리 대화, 타협 등을 통해 절충을 해나가는 게 바로 정치”라며 “정말 자기 입장이 옳다면 밀어붙이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명확한 확신을 갖고 열심히 설명하면 상대방을 감동 또는 설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관철시키지 못해도 자신의 입장을 결론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프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게 원로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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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후배에게 전하는 당부

이 전 장관은 김 의원에게 정치인은 판단력과 열정,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에 미친 결과가 판이해진다”면서 “어떻게 이끌 것인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그때그때마다의 판단이 필요한데 (최고의 결과를 위한)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의 열정은 단순한 노력이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게 이 전 장관의 당부다. 유권자들로부터 민원사항을 들을 때도 머리(이성적)로 듣지 말고 가슴(정서적)으로 들으라는 게 까마득한 선배의 조언이다. 이밖에 책임감은 자기 일에 대한 성실함의 다른 표현이다.

이 전 장관은 “‘운(運)이 좋다’할 때 쓰이는 운은 움직이다란 뜻”이라며 “운도 열심히 움직여야 온다는 의미다. 의안을 만들 때도 쉽게 하지 말고 누가 봐도 잘했구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끈질기게 파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담을 마친 후 둘은 하나의 우산을 쓰고 서초동 길가를 잠시 거닐었다.

이 전 장관의 좌우명은 ‘화이불류(和而不流)’로 알려져 있다. 사이 좋지만 함께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둘은 함께 흘러가지 못하지만 각자의 흐름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길 것이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 1946년 출생
▲ 광주지방법원 판사
▲ 제 13·15·16대 국회의원
▲ 새천년민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 제 22대 노동부 장관
▲ 법무법인 우성 대표변호사

■김지환 경기도의원
▲ 1980년 출생
▲ 삼환기업 프로젝트관리 전문가(미국 PM)
▲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
▲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참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