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친구 준수가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면서 비분강개한 똥파리가 사건에 달려든다. 게다가 중요한 단서를 소각시켜 버린다. 자신만 보고 말이다. 상사인 후배와의 갈등은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가고 이제 방법이 없다. 똥파리와 손을 잡는 수밖에.
‘쩨쩨한 로맨스’를 연출한 정훈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탐정: 더비기닝’은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만큼 독특한 캐릭터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한국의 셜록 홈즈를 꿈꾸는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에이스 노태수(성동일)의 비공식 합동수사작전은 코믹과 스릴러 사이를 오가며 묘한 극적 긴장감을 준다.
마냥 티격태격하던 노태수와 강대만이 교감하게 되는 지점은 역시 가족이다. 두 인물 모두 아내에게 쩔쩔매며 가족을 위해 살아가면서도 일과 가족, 꿈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철없는’ 아버지와 남편들이기 때문이다. 그 철없음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애잔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성동일의 아내로 호흡을 맞췄던 이일화가 출연해 실제 부부 같은 케미를 보여주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원수’에서 ‘콤비’로 재탄생한다.
‘탐정: 더 비기닝’은 코믹과 스릴러라는 두 장르가 착종되면서 극적 쾌감을 만들어 내지만 동시에 약점도 노출한다. 추리 서사의 미덕은 정보를 통한 관객과의 두뇌게임이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전반부에서 밀려 있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갑작스레 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관객을 배제한 채 영화가 혼자 동떨어져 가는 느낌이 들어 다소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믹한 캐릭터와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의 결합은 유쾌한 스릴러라는 독특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