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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대통령 기업의 적극지원 강조… 한국메세나協 출범 이어져
창의성이 핵심적 생산수단인 현대사회, 문화가 국가경쟁력까지 높여
자선 의미서 투자개념으로 ‘마케팅·기업홍보·경영전략’ 활용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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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알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이를 돕는 것을 ‘탁’이라 한다. 하나의 껍질을 사이에 두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져야 하나의 생명이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도 이와 같다. 안팎으로 껍질을 깨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문화융성이 뒤따라온다. 기업의 문화기부 참여는 그런 면에서 필수불가결하다.

김영삼대통령
1993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에 초청, 문화예술 지원을 당부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 ‘메세나’로 시작된 기업의 후원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 예술가를 후원했던 마에케나스(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된 ‘메세나’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오늘날 메세나 활동은 기업들의 중요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감성’과 ‘창의성’이 기업의 핵심적인 생산수단으로 간주 되는 시대다 보니, 기업은 서서히 예술과 손을 맞잡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문화 발전이 없는 경제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화적 품격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세계무대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많은 기업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세미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공유하고 메세나 활성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1993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인과 예술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 경제와 문화가 서로 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인들 역시 국가의 문화경쟁력 구축을 위해 예술지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고, 이는 이듬해 한국메세나협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총회
1994년 4월 18일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메세나 운동이 시작됐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해 설립된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 인식을 바꿔 예술 지원을 확대하고 경제와 예술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은 취임사에서 “문화예술이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기업활동도 활기를 얻는다. 문화예술이 성장하면 한국이라는 얼굴을 가진 상품도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말한 바 있다.

발레리나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의 발레영재 육성 사업 ‘Drive Your Dream’.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 ‘기업’과 ‘예술’은 파트너 관계

기업이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 왔다. 문화기부는 본래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선(慈善, philanthropy) 개념이 주를 이뤘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부자들의 당연한 책무이듯, 어려운 여건에서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를 돕는 것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업 경영도 점차 조직화 되면서 단순한 자선 차원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즉, 메세나 활동을 마케팅이나 기업 홍보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의 내부 경영 전략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술 지원 활동을 디자인 부서 직원들의 창의성 증진에 활용하거나, 사내 예술동호회 활성화를 통해 임직원 복지에 힘쓰고 애사심을 키우는 등의 활동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

lg아크클래스
LG연암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미술 전시회.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이 같은 기업의 메세나 활용 시도는 윤리경영과 창조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와 동시에 예술의 창의성을 얻어 기업 경영에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현대사회에서 문화 없는 경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문화와 기업은 파트너 관계이다. 오늘날 문화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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