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진 100여개 섬 영화·소설 무대 ‘각광’
1960년대 수작 ‘섬마을 선생’ 대이작도
김기덕 ‘시간’ 찍은 모도 조각공원 명소
덕적·문갑도 장석남·이세기 시인 ‘고향’
지리적·실존적 외로움과 자연교감 모태
서해터전 사람내음 풀풀 생생한 詩 호평

#영화 속 옹진

1967년 만들어진 김기덕(1934~) 감독의 영화 ‘섬마을 선생’에서 대이작도는 통속 영화의 이별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속 섬마을 처녀 영주(문희 분)는 섬을 계몽하려고 들어온 도시 청년 명식(오영일 분)을 짝사랑하지만, 명식이 타고 떠나는 배를 먼발치에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목포 인근의 한 섬이지만 실제 촬영은 대이작도에서 이뤄졌다.
섬마을 선생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5인의 해병’(1961년), ‘맨발의 청춘’(1964년) 등으로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린 1960년대의 스타급 감독이었다.

이 작품은 서울에서 온 도시청년인 총각 선생님과 순박한 섬 처녀와의 수채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하면서 젊은 지식인과 구세대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특히 월남전·농촌계몽·도농 간의 대립과 갈등 등의 요소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온전히 반영하는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섬마을 선생’의 주요 촬영지였던 학교의 정식 명칭은 ‘자월초등학교 계남분교’로 지금은 아담한 학교와 사택 등의 건물만 남아있다. 1992년 문을 닫은 이후 학교의 1천650㎡ 부지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희 소나무’도 유명하다.
2002년 개봉해 16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이한감독의 영화 ‘연애소설’에서 소야도는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여행 장소로 그려졌다.

‘연애소설’은 절친한 친구 사이의 두 여자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한 남자의 순수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다. 영화 속 지환(차태현 분)·경희(이은주 분)·수인(손예진 분) 세 젊은이가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아름다운 황금해변은 덕적면 소야리에 있는 죽노골해수욕장이다.
바다 건너 300m쯤 떨어진 ‘뒷목’이라는 무인도는 주인공들이 수영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 있는 곳인데, 관광지로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06년 개봉한 김기덕(1960~) 감독의 영화 ‘시간’에서 모도는 연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만들고, 이별하는 장소로 표현됐다. 모도는 행정구역상 옹진군 북도면 모도리인데, 신도·시도와 함께 ‘삼형제섬’으로 불린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은 모도의 배미꾸미 조각공원이다.

이 영화는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조금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김기덕 특유의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연인 사이인 지우(하정우 분)와 세희(박지연 분)는 서로에게 지루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고, 세희는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성형을 택한다. 전혀 다른 모습이 된 세희는 이름도 새희(성현아 분)로 바꾸고 지우 앞에 나타난다. 과거의 세희를 잊지 못하는 지우를 붙잡기 위해 새희의 고민은 하루하루 깊어진다는 이야기.
배미꾸미 조각공원에서는 성(性)과 나르시시즘 등을 주제로 하는 조각가 이일호의 작품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지우와 세희가 데이트하는 장소로, 지우와 새희가 만나는 곳으로 등장하는데,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여러 장면에 걸쳐 그려진다.
#옹진군과 문학

덕적도는 장석남(50)을 시인으로 만들었다. 덕적도 서포리 해변의 파도 소리와 찬란한 노을, 바닷새의 울음은 이 ‘섬 소년’의 감성을 어루만졌고 그는 섬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됐다.
장석남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뭍으로 나와 송현초교를 다녔다. 인천남중과 제물포고를 거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1992년)과 현대문학상(1999년), 미당문학상(2010년), 김달진문학상(2012년) 등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아버지는 종일 모래밭에 와서 놀더라/ 아버지는 저녁까지 모래밭에 숨을 놓고 놀다/ 모래알 속에 아들과 딸을 따뜻이 낳아두고 놀다 가더라/ 해당화밭이 애타는 저녁까지// 소야도가 문갑도로 문갑도가 다시 굴업도로/ 해거름을 넘길 때/ 1950년이나 1919년이나 그 以前이/ 물살에 떠밀려와 놀다 가더라”(‘덕적도 詩’ 중에서)
고향 덕적도는 장석남의 시를 이루는 모태로서 그는 지리적인 외로움만큼이나 큰 실존적 외로움을 경험하며 동시에 자연과 교감하는 시를 쓴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덕적도에서 조금 떨어진 섬 문갑도는 이세기(51)를 시인으로 길러냈다. 태생적 고향 문갑도와 덕적군도는 시인 이세기의 글 밭이 됐다. 이세기는 1998년 등단해 ‘먹염바다’(실천문학사, 2005년), ‘언 손’(창비, 2010년) 등의 시집을 냈다. 그의 시 대부분은 서해 바다와 섬을 이야기한다.
그는 틈이 날 때마다 덕적군도를 비롯한 옹진의 섬 곳곳을 찾아 나선다. 바다에 의지해 그저 착하게만 사는 섬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란다. 이세기는 덕적군도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시를 쓰는 생활을 꿈꾸고 있다.
“대청도 부둣가 엄지 다방에/ 서울 용산에서 왔다는 귀화라는 이름의 다방 아가씨/ 짙은 화장에 동백꽃 같은 연지를 하고// 텅 빈 다방에 앉아 창 너머/ 선창가를 보는데/ 이삼 일을 못 버티고 짐을 싸고 돌아가는/ 신참 아가씨 뒷모습이 애닯다 한다…(후략)”(‘귀화 이야기’ 중에서)
이세기의 시는 바다를 관념적으로 다루지 않고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의 내음으로 생생한 시를 쓴다는 평을 듣는다.
/글 =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 =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