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정착지원등 초점… 영주귀국 목적 특별법과 거리
타지역 징용피해자와 형평성 문제·외교적 마찰 가능성
일본의 영주 귀국 지원 종료 등 광복 70주년인 올해 사할린 한인문제는 전환점을 맞았다. 1994년 사할린 한인지원 합의 후 한·일 양국이 20년간 실시해 온 지원 ‘1단계’가 매듭지어지고, 지원 ‘2단계’에 접어들며 사할린 한인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제도 마련과 전담기구 구성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두 문제 모두에 신중한 입장이다.
■ ‘특별법’ 제정 움직임만 10년째
= 사할린 한인지원특별법 제정 움직임은 10년 전 시작됐다. 2005년 10월 장경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은 사할린 한인의 귀국과 국적 회복 지원, 대일항쟁기 강제 징용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일본과의 교섭 노력을 명시하고 있다.
이후 18대 국회까지 사할린 지원 법안이 5건 추가로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영주 귀국 대상 확대와 국무총리 산하 지원위원회를 설치토록 한 특별법안(전해철 의원)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표 참조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가 지난 2010년 제정한 ‘고려인 동포 합법적 체류 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한몫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에 있는 한인들을 ‘고려인’으로 포괄 규정한 이 법에 따라 정부는 현지 실태조사와 경제적 자립, 거주국 국적 취득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사할린 한인지원특별법안은 사할린 거주 한인의 영주 귀국, 한국 국적취득지원, 전담기구 설치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면 고려인지원특별법은 무국적 상태인 한인의 거주국(러시아) 국적 취득과 경제적 자립 지원 등 러시아·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처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할린 한인 지원 문제 개선이 고려인 지원 특별법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얘기다.
■ 러시아와의 외교적 문제 등 변수
= 사할린 한인 지원에 대한 정부의 ‘신중론’은 러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 외교부는 사할린 2~4세대가 한국 국적을 단체로 취득할 수 있게 될 경우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사할린의 한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영주귀국이 허용된다고 해도 남아있는 한인이 갑자기 모두 귀국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실제 ‘외교적 마찰’까지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지역 강제징용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변수다. 사할린 한인지원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고려인 등 다른 재외거주 한인들이 추가 지원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사할린 동포 문제에 정부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접근할 문제”라며 “한·일 역사 문제 중 아직 미해결된 문제가 많은데 사할린 한인 문제도 그중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활동이 올해 말로 종료되면, 사할린 한인 유골 봉환 등 위원회가 이제까지 담당해 온 업무는 행정자치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위원회 활동이 행자부로 이관된 후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즈노사할린스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