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무인도서 95곳 중 63곳 소속… 자연환경 우수 특정도서도 18곳 보유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매 등 ‘해양생태계 보고’ 영해기점 중요한 역할
무절제한 출입에 번식수 줄고 이름조차 관리미흡… 사업붐 확산 분위기도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무인도가 인천 앞바다에만 100여곳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인천 무인도서는 95곳인데, 이 중 63곳이 옹진군 소속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인천지역 특정도서 26곳 가운데 18곳도 옹진군 소속이다. 특정도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섬 가운데 생태계·지질·지형 등 자연환경이 우수한 곳을 지정한다.
하지만 이들 무인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되는 부분이다. 최근 무인도 개발이 본격 진행되면서 개발과 보존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무인도의 가치
옹진군의 무인도는 독특한 형태, 경관, 생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에 있는 ‘곰바위섬’은 곰 모양의 암석이 인상적인 섬이다. 타포니(기계적 풍화 작용으로 암벽에 생긴 구멍 형태)로 인해 곰 모양의 암석이 형성됐는데, 근접해서 보면 곰이 앞발을 들고 있는 형태의 암석을 볼 수 있다.
자월면 승봉리에 속해 있는 사승봉도는 국내 다른 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큰 규모의 해안사구가 인상적인 풍광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이곳에는 갯완두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고,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로 이뤄진 군락도 면적이 넓다.

사람의 출입이 적은 무인도는 생태적 가치도 크다. 옹진군 구지도, 신도, 어평도, 할미염, 통각흘도, 소통각흘도, 중통각흘도, 서만도 등의 섬은 천연기념물 제361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가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도, 각흘도, 부도는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인 매가 번식하고 있다. 광대도, 상지도, 중바지섬, 하바지섬 등은 관목형 혼합활엽수림의 자연성이 우수하다.
소굴업도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왕은점표범나비가 발견됐고, 한국고유생물종 6종, 환경지표종(곤충) 10종 등 주요 곤충자원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무인도에서는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다양한 동식물이 번식하는 공간으로서 이른바 종자은행 역할을 한다.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의 조사 결과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무인도인 사염의 해안에서 31종 저서동물이 발견됐다.
또한, 인천시 무인도서 가운데 상위 5% 이내에 속하는 1등급 수준의 매우 다양한 생물상이 확인됐다. 영흥면 내리 석섬(상석섬)은 암반의 해양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해양무척추 동물 44종 출현이 확인됐다.
지난 2009~2010년 인천지역 무인도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 황재연 연구원은 “인천지역은 연안에 매립이 진행되면서 돌에 부착해서 사는 생물이나 갯벌에 사는 생물의 서식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 바다 중간 중간에 있는 무인도는 자연생태보호뿐만 아니라 번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옹진군의 무인도는 한국 영해 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덕적도에서 어선을 타고 2~3시간 거리에 있는 ‘소령도’는 서해 직선 기선에 해당하는 섬이다. 한국의 영해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관리 미흡, 가치 잃어가는 무인도
높은 가치를 지닌 무인도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은 걱정되는 부분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제공한 지난해 옹진군 지역 특정도서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조류의 번식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노랑부리백로와 매의 서식지로 특정도서로 지정된 신도의 경우 사람들의 무절제한 출입으로 노랑부리백로 번식지가 사라졌다.

어평도의 경우도 지난 2008년 조사에서 괭이갈매기 3천개체, 검은머리물떼새 48개체, 노랑부리백로 6개체 등이 확인됐지만, 2010년 들어서는 괭이갈매기의 번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노랑부리백로 번식 집단은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집토끼와 염소의 방목으로 조류의 번식이 어려운 상황이다.
괭이갈매기 번식지였던 뭉퉁도의 경우 지난 2013~2014년 갈매기가 관찰되지 않았다. 2013년까지는 뭉퉁도에서 흰뺨검둥오리가 번식했지만, 2014년에는 번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도에 사람들의 방문이 빈번해지면서 섬이 훼손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모니터링에서 사진가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진을 찍기 위해 할미염의 음나무숲을 고의적으로 잘라내고 둥지 주변을 정리한 것이 확인됐다. 노출된 곳에 앉은 새를 찍기 위해 고의로 나무를 잘라 옆으로 세운 흔적도 있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검은머리물떼새는 번식을 하지 못했다. 할미염에서는 조류 최적의 산란장소이자 해안 침식을 막는 역할을 하는 엄나무 등 가시덤불을 베어낸 흔적도 발견됐다. 하바지섬의 경우 염소 방목에 따라 회나무 껍질 대부분이 훼손되기도 했다.
정부는 보존 가치가 높다며 특정도서로 지정한 무인도의 이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연안생태연구소가 지난 2009~2010년 인천 무인도서를 모니터링한 결과 다른 섬의 표지석이 설치된 섬이 있었다.
소낭각흘도에는 소통각흘도 특정도서 표지석이, 상벌섬에는 멍애섬 특정도서 비석이 설치돼 있었다. 모니터링 당시 지적도와 맞지 않는 여러 무인도서가 확인됐고, 섬 이름과 실제 섬이 서로 맞지 않는 곳도 많았다.

#무인도 개발 붐
인천지역 무인도 가운데 최초로 옹진군 영흥면에 속해 있는 한 섬에서 최근 개발 승인이 이뤄지면서 무인도 개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개발의 신호탄은 영흥면 외리 산 261 섬업벌(소어평도)이라는 섬이다. 사유지인 이 섬의 주인은 앞서 해양수산부로부터 개발승인허가를 받고 이달 초 옹진군으로부터 건축허가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소어평도 대지면적 4천482㎡에 단독주택 형태의 건물 7동이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인허가 기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건축주는 영흥도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 손님을 소어평도 주택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면서 무인도 체험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무인도는 망망대해 속 나만의 공간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섬 소유주는 이 같은 개발을 계획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인도 보다 인적이 드문 무인도가 사람을 피해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게다가 무인도에서는 낚시 등 레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이 확대되는 이유로 보인다.

이같은 선호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 무인도 개발은 옹진군 내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인도의 관리유형을 ‘개발가능’으로 바꿔 달라는 신청이 계속되고 있다. 무인도는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으로 분류되는 데 기존에 준보전 또는 이용가능으로 분류된 섬을 개발가능으로 변경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산 270-271의 ‘사염’, 옹진군 자월면 자월리 산 67의 ‘독바위(할미염)’ 등의 소유주가 섬의 관리유형을 개발가능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신청해 해수부에서는 관계부처 의견을 받고 있다. 사염의 경우 체험장 조성, 할미염은 숙소로 개발할 계획이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섬에서 실제 사업을 하려는 진척 사항이 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이후 전문가 조사나 관계부처 의견조회, 중앙연안관리심의회를 거쳐 관리유형 변경이 이뤄진다”며 “재산권을 제약할 수 없어 생태 환경이 바뀌지 않는 수준에 대해서는 변경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 =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사진 =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